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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기고] 장애인 학대가 통용되는 사회 ① 조회수 2,81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4.26

양효정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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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일 경남 창녕에서 상습적인 학대를 피해 탈출한 9세 아이가 주민에 의해 발견, 구조되면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 전모가 드러났다. 쇠막대기, 효자손 등으로 온몸을 때리고 불에 달군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졌다. 심지어 글루건을 이용해 양 쪽 발등과 배 부위에 화상을 입히는 등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상습적으로 해왔다.

충격과 분노가 채 가시기 전인 61일에는 또다른 학대 사건이 발생한다. 천안에서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감금했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아이를 꺼내주기는커녕 가방 위에 올라가 뛰고 가방 안으로 헤어드라이어로 바람을 넣는 등의 학대로 결국 아이가 숨진 것이다.

연이은 아동학대사건으로 국민은 충격과 분노에 빠졌고, 모두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벌어졌던 칠곡 아동학대 사건, 인천 아동학대 사건, 유치원과 보육시설 등에서의 아동학대 사건 등 수많은 학대 사건을 쉽지 않게 떠올렸으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가졌을 것이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붕어빵의 모습을 하고 반복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장애인 학대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장애 청년이 학대로 사망했다. 친모와 활동지원사는 지적장애인 청년을 수시로 개 목줄이나 목욕 타월 등으로 손을 뒤로 묶고 화장실에 가두고 굶기고, 빨래방망이로 구타해서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전북벧엘장애인의 집 이사장과 원장은 수년간 장애인들에게 성추행, 강제 노역, 학대를 일삼았고, 이들의 생계급여를 가로챈 혐의로 79일 검찰에 기소됐다.

2005년 세상에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성폭력사건(일명 도가니사건), 석암재단 인권침해 및 비리사건(2009), 2014년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신안군 염전노예사건, 청주 지적장애인 축사노예사건(2016), 특수학교 내 장애학생 폭행사건(2018)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장애인 학대 사건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학대 사건이 알려지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수조사를 펼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2017년 전국적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생기고, 장애인 학대 의무 신고자를 규정하고 연 1회 교육을 이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접근·해결해야 될까라는 나름의 물음에, 나름의 생각으로 응답하려 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_뿌리 깊은 우생학적 사고의 위험

장애인에 대한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이다.

고대 스파르타에 있었던 장애 영아 살해는 유명하다. 강한 전사가 필요했던 스파르타는 전사가 될 능력이 없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즉시 살해했다.

중세에 장애는 신의 뜻을 거스른 증거로 해석되어 학대 당했으며 산업사회에 이르러서도 노동 무능력자인 데다가 가족의 누군가가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이 구성원조차도 사회적 노동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존재(잉여존재? 기생존재? 가족의 부담과 짐?)로 여겨져 사회로부터 분리, 격리되었다.

 

우생학의 기원과 확산

19세기 말 이후부터는 우생학으로 인하여 눈에 안보이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없어져야 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우생학은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에 의해 1883년 시작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읽은 골턴은 런던에 상경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동자들을 조사하면서, 이들이 사는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를 보고 이들을 격리하여 그들의 피가 사회에 퍼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우연한 기회에 환경에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며 우연한 기회가 아니라 인간의 노력으로 우월한 유전자가 살아남도록 해서 인류 번영을 꾀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찰스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문명화된 인간들은 약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최대한 저지하려고 노력하며 이것이 동물과 인간의 차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이 본격화되던 시기와 맞물려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원주민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던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흑인, 인도인, 라틴아메리카인, 필리핀 사람 등을 사람 취급하지 않으며 미개하기 때문에 별다른 죄책감 없이 몰살을 서슴치 않고 식민 지배를 합리화 한다.

미국은 20세기 초부터 다른 인종과 백인의 결혼을 금지하고, 우생학을 근거로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동의 출산을 막는다는 단종법이 제정되어 버지니아주에서는 830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보았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에 격리시키고 생체 실험, 강제 불임수술, 강제 노역 같은 만행을 저지른다.

독일의 나치는 유대인을 학살하기 이전 1933년 집권하자마자 장애인 안락사를 진행한다. 분리되어 있던 장애인을 안락사하고 돌연사나 병사로 위장하여 가족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차 세계대전 독일에 의해서 인종 청소까지 가능케 했던 우생학은 전 세계적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며 소멸한다.

 

인간다움의 성찰

하지만 미국,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단종법은 1970년대까지 존재했고 한국 사회에서도 최근까지 여성 장애인에 대한 자궁 척출 등이 진행되었다.

또한 한국의 모자보건법 제14조에 의하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날 권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해마다 연 몇회씩 발생하는 가족에 의한 장애 자녀 살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이다. 앞으로 힘들게 살아갈 아이의 처지를 비관하여 벌어진다는 장애 자녀 살해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는 관대하며, 사법 처리도 집행유예로 정리되는 분위기이다. 의사에 의해, 부모 등 가족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장애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까. 단지 살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최근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 보장을 위한 사회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터넷 신문기사를 접했다. 기사 내용에 공감하며 댓글을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추천 댓글수가 많은 우수 댓글들 모두가 장애 여성의 출산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논리는 유전되어 장애아를 낳을텐데 그 아이가 얼마나 고생스럽겠냐는 온정을 가장한 댓글부터 키울 능력이 없을텐데 또 세금으로 키워줘야 되느냐는 사회적 비용 문제를 거론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버젓이 법적으로도, 그리고 문화 속에 깊이 우생학적 사고가 남아 있다.

찰스 다윈이 말한 것처럼 우리 본능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본능인 이타심이 인간에게 있다. 따라서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재단하지 않고, 가치 있는 생명과 가치 없는 생명을 나누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인간다움이기 때문이다.

[기고] 장애인 학대가 통용되는 사회에 대하여 ②
[공고 YCIL21-8호] 2021년도 임시총회 서면걔최 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