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주에서 발달장애자녀 둔 4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유서에 발달장애자녀 꾸짖는 자신 자책하는 내용 담겨
장애계 “국가·지자체,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 정책 마련해야”
6일 오후 4시 30분, 충북부모연대가 충북도청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북도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를 위한 장애인 정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충북부모연대
최근 또 발달장애자녀의 부모가 사망했다. 연이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장애계가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 정책을 촉구했다.
지난 2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7살 발달장애자녀를 키우던 40대 여성 ㄱ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4월 28일 늦은 밤 차를 타고 집을 나선 뒤 실종됐고, 나흘 만에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자녀를 혼내는 자신을 혐오하고, 자책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ㄱ 씨 가족은 최근 수도권에서 청주로 이사 왔지만, 발달장애인 공적지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발달장애인 공적지원이 수도권에 비해 부실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코로나19 시기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3월 제주도에서 특수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인과 그의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작년 5월 광주광역시에서도 발달장애자녀를 둔 어머니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발달장애자녀를 둔 어머니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달장애인의 죽음도 연이어 발생했다. 작년 8월부터 10월 두 달 사이 서울에서만 발달장애인 세 명이 가정과 서비스 이용기관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로 답답함을 호소하던 발달장애인이 어머니와 산책하며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사라진 뒤, 실종 9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인부모단체는 또다시 발생한 발달장애자녀 부모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상황을 지적하고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촉구했다.
부모연대는 “지원체계의 미비로 인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가 구축되어 있었다면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통탄해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책임을 국가와 지자체에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의 약 80%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중 41%는 일상생활 대부분의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위한 낮 시간 서비스는 매우 부족하다. 코로나19로 그나마 이용할 수 있던 서비스마저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부모연대는 “정부는 법률에 명시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필요한 예산도 배정하지 않았다. 법률 시행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아래 충북부모연대)도 6일 오후 4시 30분, 충북도청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북도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를 위한 장애인 정책 확대를 요구했다. 충북부모연대는 충청북도에 △충북도지사와의 면담 △중복중증 장애인 돌봄 추가시간 확대·지원 강화 △충북피플퍼스트 예산 증액 △장애인가족지원 예산 편성 △주간활동서비스 하루 8시간 보장 △발달장애인 주거체험홈 예산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가연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