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원 내 인권유린 조사 중에 벌어진 학대… “묵과할 수 없어”
경산시청은 미온적인 답변만… 시장 면담 요구하며 회의실 점거
경산시청이 장애인 활동가의 진입을 막으려 엘리베이터 전원을 꺼버려 2층 시장실까지 장애인들은 계단을 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활동가가 힘겹게 계단을 기어오르고 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장애인 활동가가 힘겹게 계단을 기어오르고 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거주 장애인 인권유린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성락원에서 또 거주인을 물고문한 정황이 나왔다. 이에 장애계는 성락원 시설폐쇄를 요구하며 경산시청을 긴급 점거했다. 경산시청은 장애인 활동가의 진입을 막으려 엘리베이터 전원을 꺼버려 장애인들은 2층 시장실까지 계단을 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아래 420경산공투단)은 18일 오전,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주인 인권유린과 학대가 벌어지고 있는 성락원 시설폐쇄를 촉구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은 18일 오전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주인 인권유린과 학대가 벌어지고 있는 성락원 시설폐쇄를 촉구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경북 경산시 소재 성락원(사회복지법인 성락원)은 장애인 154명이 사는 초대형 장애인요양시설이다. 최근 수년째 거주인 인권유린과 후원금 갈취가 있었다는 공익제보가 나와 경상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조사 중이다.
그런데 지난 4월경 성락원에서 한 종사자가 싱크대 수도꼭지에 거주인 머리를 집어넣고 수돗물을 튼, 물고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주위에는 3~4명의 종사자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420경산공투단에 따르면 성락원 측은 종사자의 학대 행위를 알고도 피해 신고는커녕, 피해 거주인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해 종사자에게 연차휴가를 쓰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이에 420경산공투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자 긴급구제를 진정했다.
성락원에서 거주인 인권유린, 학대 문제는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다. 성락원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에 따르면 물고문을 비롯한 학대와 인권유린은 계속됐다고 한다.
420경산공투단은 “성락원 탈시설 당사자들은 시설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피해 거주인의 행동을 문제 삼아 혼을 내고, 폭력을 일삼았다. 성락원에서 나온 장애인들은 정신병원 강제 입원, 성추행, 학대 등을 일삼는 성락원이 거주인의 ‘집’이 아니라 온갖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감옥이었다고 증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의장에 놓인 피켓.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시설은 집이 아니다, 감옥이다’라고 써 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그런데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경산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420경산공투단은 “무엇보다 피해 거주인을 긴급분리해 보호조치해야 하는데, 사건 은폐와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경산시가 방치하고 있다”라며 “계속된 거주인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성락원을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20경산공투단은 △피해 거주인 긴급 보호조치 △인권실태 전수조사 △시설폐쇄 △거주인 개인별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대책 마련 등을 경산시청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 진행된 경산시 부시장‧국장 면담에서 납득할만한 답을 듣지 못해, 현재(오후 4시) 시장 면담을 촉구하며 대회의실을 점거 중이다.
경산시 부시장‧국장 면담을 했지만 납득할만한 답을 듣지 못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현재(오후 4시) 시장 면담을 촉구하며 대회의실을 점거 중인 사람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