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인에 안마 강요, 코호트 격리기간 음주, 상습적 폭언
종사자 17명 고발 중 3명만 기소… 거주인 분리조치도 안 돼
지난 2009년에도 거주인 인권유린 공론화됐지만, ‘유야무야’
영천시, 행정처분은커녕 봐주기식 행정으로 시설문제 키워
경북장차연은 18일 영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문제에 수수방관하는 영천시청을 규탄했다. 사진제공 경북장차연
장애인거주시설 영천팔레스에서 장애인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진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영천시는 손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해 거주인은 보호조치도 없이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이미 지난 2009년 한 차례 거주인 인권침해가 밝혀졌던 영천팔레스. 영천시의 봐주기 행정이 시설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북장차연)는 18일 영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문제에 수수방관하는 영천시청을 규탄했다.
- 종사자 33명 중 절반 17명 학대행위자 고발… 3명만 기소
영천팔레스(사회복지법인 청파재단)는 1997년 설립된 장애인거주시설로 현재 61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공익제보자에 의해 거주인 학대 제보가 있었고, 같은 해 12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제보에 따르면 종사자들은 거주인들에게 매일 한 시간씩 손이 붓도록 안마를 시켰다. 코호트 격리 기간 동안 종사자끼리 술을 마시고 거주인을 돌보지 않았다. 또한 거주인에 대한 상습적인 폭언과 인권침해가 만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장차연은 “이번 사건은 일부 가해자, 특정한 시기의 사건이 아니라 1년 365일 일상적으로 자행된 인권유린의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경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거주인 학대로 판단하고, 종사자 33명 중 절반인 17명을 학대행위자로 고발했다. 그러나 영천경찰서는 이 중 3명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북장차연은 “영천경찰서는 이마저도 ‘기소할 내용이 없어 보인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하다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와 기자회견, 언론보도 등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기소했다”며 “거주인 생활공간에서 장기간에 걸쳐 수차례 음주행위가 반복됐음에도 ‘방임’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비판했다.
영천시 홈페이지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 소개 목록에 영천팔레스를 첫 번째로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영천시 홈페이지
- 영천시는 사법처리 완료 안 됐다는 이유로 피해자 분리조치도 안 해
문제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영천시는 사건이 밝혀지고, 수사결과 나온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피해 거주인과 가해 종사자 분리조치도 안 된 상황이다. 영천시는 가해자들의 사법처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영천시의 소극적인 행정은 처음이 아니다. 영천팔레스는 이미 지난 2009년, 거주인 생활방과 여성 직원 기숙사 목욕탕과 화장실에 내부가 보이는 유리문과 CCTV를 설치해 감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명백한 인권침해 사실에도 영천시는 어떤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았고, 사건은 유야무야 됐다.
또한 운영법인의 비위 사실에도 손 놓고 있다. 경북장차연에 따르면, 청파재단의 실질적 운영자는 특수학교 재임시설 교사채용 비리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처벌 뒤에도 법인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으로 이사회를 개편했고, 임원 선임 과정에서 각종 문서 위조한 사실이 공익제보로 드러났다. 영천시의 수수방관에 공익제보자만 징계의 대상이 된 상황이다.
경북장차연은 “영천시의 소극적인 행정과 봐주기가 법인의 불법 운영과 산하시설 인권유린이 반복되게 하고 있다”라며 “즉각적이고 강력한 행정처분과 법인 해산을 청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거주인 보호 및 분리조치, 공익제보자 보호방안,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계획을 촉구하며 최기문 영천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영천시에 행정처분 계획과 사실확인 등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영천시 홈페이지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 소개 목록에 영천팔레스를 첫 번째로 소개하고 있다.
허현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