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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 탈시설장애인 안정적 자립 위한 ‘소득보장’ 되려면 조회수 1,09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5.10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연속토론회④
탈시설장애인 소득보장·개인별 지원계획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4차 정책토론회 현장. 발제자와 토론자 7명이 앉아 있고 박경석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작년 12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아래 탈시설지원법)에서는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소득지원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탈시설지원법 8조와 22조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가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지원계획에 반드시 소득지원 방안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25조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탈시설장애인에게 정착금을 지급하라고 명시했다.

탈시설장애인에게 소득보장은 왜 중요할까. 6일 오후 2시, 최혜영 의원 주최로 열린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4차 토론회’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최중증장애인은 대부분 시설에 갇혀 있다. 이들이 시설에 있다는 건 24시간 내내 ‘지원’과 ‘보호’라는 이름 아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살다가 시설에서 나올 경우 당장 소득이 발생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국가가 책임지고 이들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장애연금, 장애인연금 같은 기초급여 강화, 탈시설정착금 강화, 안정적인 노동소득 발생 등 세 가지를 탈시설장애인의 소득보장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경석 이사장이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 박경석 이사장이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

- 기초급여 대안으로 표준소득 제시하니 복지부 “신중한 접근 필요”

기초급여 강화는 탈시설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 요구사항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은 ‘소득보장’을 가장 필요로 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48.9%)이 국가가 우선적으로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심각한 빈곤에 처해 있다. 장애인 중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19%다. 전체 국민의 수급률 3.6%에 비해 약 5.3배 높게 나타난다.

이처럼 많은 장애인이 소득보장을 필요로 하지만, 현행 기초급여 제도는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따로 놀고 있다. 장애인연금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30만 원, 차상위계층 초과자이자 소득이 하위 70%인 사람은 약 25만 원을 받는다.

박경석 이사장은 “장애인은 근로소득이 낮고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해 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장애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가 공통으로 너무 낮다. 현재 수준으로는 소득보장의 효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이 문제를 풀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2015년을 기준으로 OECD 가입국 중 한국의 장애인 복지지출 규모는 GDP 대비 0.6%다. OECD 평균(1.9%)의 1/3에 그친다. 한국은 GDP가 11위인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장애인 복지지출에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장애인복지를 뒷순위에 둔다”고 성토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장애인 표준소득’을 제시했다. 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운동을 하며 제시하는 장애인 소득보장 방안 중 하나로, 여러 공적 지원체계를 활용해 만든 ‘장애인 소득의 최저선’ 같은 것이다. 기초법에 따른 생계급여 수준의 금액에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더해 표준소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에서 장애인연금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권오경 사무관은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은 월 최대 30만 원이다. 2019년부터 단계별로 인상했고 올해부터는 모든 장애인연금 수급자에게 월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부가금액까지 합하면 연 최대 465만 원이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이 지적한 낮은 기초급여 수준을 다시 한번 반복해 설명한 것이다.

표준소득해 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표준소득 보장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연금뿐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권오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사무관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권오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사무관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

- 탈시설정착금 정책,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돼야

탈시설정착금의 경우 지역별 편차와 사용처 제한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탈시설한 장애인은 7,869명이지만 이중 탈시설정착금을 받은 사람은 323명뿐이다. 서울이 1인당 1,3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북도가 500만 원으로 가장 적었다. 대전·울산·세종·충청남도는 탈시설정착금을 아예 지원하지 않았다.

박경석 이사장은 “탈시설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지원은 탈시설정착금이 유일하다. 그러나 중앙정부 정책이 아니라서 시·도별 편차가 매우 크다. 비수급자인 장애인에게는 정착금을 주지 않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시·도 중에는 정착금 사용처를 보증금 마련과 살림살이 구매로 사용처를 한정한 곳도 있다. 박 이사장은 “정착금이 초기의 소득지원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필요한 금액인데 현재로선 턱없이 부족하고 사용처도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는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해리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최해리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

-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온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정책 필요

탈시설장애인은 대부분 최중증장애인으로,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왔다. 서울시에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를 시행하며 탈시설장애인을 먼저 고용하고 있다. 그 결과, 탈시설장애인의 소득이 일정 정도 향상됐다. 생계형일자리에 참여하는 사람은 약 40만 원, 시간제일자리에 참여하는 사람은 약 28만 원의 추가소득이 발생했다. 생계급여에서 소득인정액이 일부 삭감되기는 했지만 주거급여와 의료급여는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울시에 한정돼 있고, 직무가 제한돼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탈시설장애인 노동정책은 없다. 박 이사장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내놓은 ‘장애인 고용 활성화 방안’에는 최중증장애인, 특히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전혀 없다. 보건복지부는 작년에 장애인 공공일자리를 2만 4000명까지 늘렸지만 새로 들어오는 인력을 우선 채용해서 굉장히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의 입장과 대조된다. 위원회는 지난 3월, 간담회를 열고 ‘27조 근로 및 고용에 관한 일반논평’ 초안을 논의하며 장애인에 관한 근로능력, 고용불능 등의 개념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이를 매우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최해리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은 “2019년부터 시행한 중증장애인 취업 맞춤사업, 올해 시행할 예정인 중증장애인 출퇴근 비용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고, 작년부터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을 일반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이상의 일자리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매우 제한적이고 지엽적인 일자리 지원 정책이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지원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 장애계와 함께 지속해서 고민하겠다”라고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김기룡 교수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김기룡 교수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혜영TV 캡처

- 탈시설당사자 의견 충분히 반영한 공적서비스 확대돼야

한편, 김기룡 중부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개인별 탈시설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원계획 수립 시 탈시설장애인 당사자가 주요 의사결정권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탈시설지원법에 당사자의 욕구조사, 당사자에게 적합한 의사소통 제공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팀에 당사자를 공식적인 멤버로 포함하면 된다. 당사자를 팀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기룡 교수는 탈시설장애인 당사자가 특정 공적서비스를 더 필요로 한다면 규정에 없더라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탈시설지원법에는 소득지원, 주거지원, 활동지원 등 제공 가능한 9개의 공적서비스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 대부분은 이미 자격기준이 정해져 있다. 개인의 욕구가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서비스보다 더 높을 경우, 이걸 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가 다 결정해 놓았다고 해서 개인의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공적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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