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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 버스 위에 휠체어가… 추석 연휴 앞둔 장애인들의 ‘이유 있는 버스 점거’ 조회수 608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9.27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 고작 28.4%… 지역 간 연계 안 되는 장애인콜택시
시외·고속 휠체어 버스, 노선 1개 빼고 운행 전면 중단·예산 삭감까지
국토부도 의지 보인 교통약자법 개정안, 국회 논의조차 안 돼

 

버스 위에 활동가들이 올려놓은 수동휠체어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사진 이가연버스 위에 활동가들이 올려놓은 수동휠체어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사진 이가연

 

“20년 전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비장애인들의 시각이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장애인은 탈 수 없는 차별버스’를 막아섰다. 

휠체어 경사로가 없는 ‘영등포10’ 버스를 가로막은 장애인 활동가들은 “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버스 외벽에 붙였다. 곧이어 장애인 활동가 두 명이 버스 아래로 기어들어 가자, 버스 기사는 화를 내며 엑셀을 밟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활동가들을 겁박하기도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로 버스 위에 수동휠체어를 올리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의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수십 명의 경찰이 갑자기 등장해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을 억지로 인도로 옮기려는 등 현장 곳곳에서는 격렬한 마찰이 발생했다. 

 

장애인은 탈 수 없는 차별버스 밑으로 들어가 버스를 점거한 장애인 활동가. '수도권 전역 운행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는 피켓이 바닥에 놓여 있다. 사진 이가연장애인은 탈 수 없는 차별버스 밑으로 들어가 버스를 점거한 장애인 활동가. '수도권 전역 운행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는 피켓이 바닥에 놓여 있다. 사진 이가연
순식간에 몰려온 경찰이 버스와 활동가들을 애워싸고 있다. 사진 이가연순식간에 몰려온 경찰이 버스와 활동가들을 애워싸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들이 이토록 절박하게 버스를 점거한 이유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아직도 사라 지지 않은 버스 내 계단에 가로막혀 버스를 타지 못한 채, 언제 올지도 모르는 저상버스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에 전장연은 버스 점거투쟁을 마친 뒤 오후 3시, 여의도 국회 현대카드 건물 앞으로 이동해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래 교통약자법) 개정을 촉구하는 추석맞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우리가 이동권을 요구한 지 벌써 20년째이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도 타고 싶을 때 탈 수 없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매년 오늘 같은 명절 때마다 이렇게 투쟁을 하고 있다”며 국회에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약자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차별버스를 가로 막고 있고, 주변에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 이가연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차별버스를 가로 막고 있고, 주변에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 이가연

 

-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 고작 28.4%… 지역 간 연계 안 되는 장애인콜택시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노부부 리프트 추락 참사’로 촉발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지만, 법에서 약속한 보장 계획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교통약자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하지만 단 한 번도 계획을 지키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제1차 계획에서 2011까지 저상버스를 31.5%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보급률은 12%에 그쳤다. 제3차 계획에서는 올해까지 저상버스를 41.1%(15,178대)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020년 9월 기준, 28.4%(9,791대)에 그쳤다. 게다가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30% 미만의 저조한 저상버스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 

전장연은 저조한 저상버스 도입률의 원인으로 교통약자법상 의무조항이 부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저상버스 도입은 지자체와 운수사업체의 재량에 온전히 맡겨져 있다. 

이에 전장연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41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법 일부개정안 입법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저상버스 및 일반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도 되지 않은 채 계류되어 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국토교통부도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국회에서 논의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두 활동가가 점거한 버스 앞에서 '차별버스 OUT! 특별교통수단 지역 차별 철폐! 고속시외이동권 보장!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하라!!' 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두 활동가가 점거한 버스 앞에서 '차별버스 OUT! 특별교통수단 지역 차별 철폐! 고속시외이동권 보장!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하라!!' 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그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법상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의 공공운영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다른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수차례 갈아타야 하는 등 지역 간 연동이 되지 않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기도 김포시만 장애인콜택시 수도권 전역 운행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타지역 이용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김포시가 오는 10월 1일부터 다른 지역 거주 장애인은 김포시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발표를 한 상황이다. 

이러한 특별교통수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30명의 국회의원이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또한 여전히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지역 간 이동 차별 해소를 중점으로 △모든 지자체 특별교통수단 및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운영 의무 △지역 간 간편 환승체계 구축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의 공공화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 기준 통일 △특별교통수단 및 바우처 택시의 중앙정부 예산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전국에 있는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차별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장애인들 간의 싸움이 된다”라며 “진짜로 싸워야 할 상대는 바로 국회다. 이번 추석이 지나고 두 개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어야 한다. 반드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결의했다. 

 

- 시외·고속 휠체어 버스, 노선 1개 빼고 운행 전면 중단·예산 삭감까지

나아가 정부가 야심 차게 출발한 ‘휠체어 탑승 가능한 시외·고속버스’ 확대 약속은 파기될 전망이다. 2014년부터 장애인들은 명절마다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며 시외이동권 투쟁을 해왔고, 이를 통해 지난 2019년 10월, 휠체어 탑승 가능한 시외·고속버스가 도입됐다. 총 4개의 노선(서울-부산, 서울-전주, 서울-강릉, 서울-당진)에 10대가 최초 도입됐지만, 현재 당진을 제외한 3개 노선은 운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가 줄어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예산 편성 내역을 보면 정부가 해당 사업을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변경’에 따르면 올해 총 20대의 버스가 도입되었어야 하나, 올해 예산으로 시범사업 예산 13억 원보다 보다 크게 삭감된 10억 원이 편성되었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이보다 더 크게 삭감한 5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보냈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본사업이 시작되지만, 현실성 없는 예산은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고속 버스 확대 약속을 파기한 것과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는 “언제까지 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그 답답함과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우리는 명절 때마다 버스를 막는다. 그러면 그 몇 분, 몇 시간을 참지 못하고 시민들은 저희에게 욕을 하고 경찰은 우리를 잡아가겠다고 협박한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우리처럼 살아보라고 하면 과연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자꾸 그런 삶을 참으라고만 하나. 앞으로 장애인이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갈 수 있을 때까지 동지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가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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