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강제로 먹다가 기도폐쇄돼 사망한 장희원 씨
인천부모연대 “가해자 처벌하고 인천시·연수구청은 전수조사하라”

주간보호센터 직원에 의해 강제로 음식을 먹는 장희원 씨. 사진 SBS 8뉴스 캡처

인천시의 한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20대 발달장애인 남성 장희원 씨가 학대를 당하고 숨진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운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아래 인천부모연대)가 25일 성명을 내고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희원 씨는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음식을 강제로 먹다가 기도폐쇄로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2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주간보호센터 직원이 장 씨에게 김밥과 떡볶이를 강제로 먹이려 하자 장 씨는 자신의 뺨을 때려가며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장 씨의 신체를 제압하고 음식을 입안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결국 장 씨는 쓰러졌고 직원은 기도폐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응급실로 이송된 장 씨는 연명치료를 이어가다 지난 12일 뇌사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장 씨의 부모가 올린 청원글. ‘1급 중증장애인인 저희 아들이 인천 소재 복지센터에서 악의적인 강제 음식 먹임 학대로 인한 기도폐쇄로 사망하였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장 씨의 부모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점성이 강해 기도폐쇄 가능성이 높아 먹여보지 않은 가래형 떡볶이를 입에 강제로 밀어 넣고 급기야 아들의 아랫배를 강타하기까지 했다”며 “직원은 기도폐쇄 초기에 쓸 수 있는 응급수단은 생각하지도 않고 부적절한 응급처치로 골든타임인 5분을 훨씬 넘겨 30분 이상의 뇌산소 공급 중단으로 아들을 사망하게 했다”고 성토했다.

인천부모연대는 성명에서 “그동안 시설에서 발달장애인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가벼운 형량의 처벌이 전부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참작된 결과 발달장애인은 그런 처우를 받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사법부가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이 철저히 무시된 결과로 발생한 사건임을 명백히 밝히고 당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라”라고 밝혔다.

또한 인천시를 향해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인천부모연대는 “본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와 보호자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이라며 “인천시는 지난 2019년 발달장애인실태조사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존엄을 지원하는 인천시’라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천부모연대는 “장애인 지원 현장에 있는 종사자에게 실효성 있는 응급처치교육과 인권교육을 제공하고, 발달장애인 이용시설의 지원인력을 확대해 발달장애인 개인별 욕구에 맞는 서비스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시와 연수구청을 향해서는 △진상조사 및 가해자 처벌 △시설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 마련 △피해자 가족에 대한 피해보상과 회복 지원 △지원인력 배치 및 교육 확대 △시설 이용 발달장애인의 긍정적 행동지원을 위한 외부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계획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하민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