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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 실직했는데 활동지원 자부담 ‘상승’… 건강보험료 소득기준의 실체 조회수 73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8.19

활동지원급여 본인부담금 선정, 건강보험료로 소득기준 판단하지만 
같은 건강보험료 내도,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소득 높게 측정돼 
정부도 ‘문제 많다’ 인정… 내년부터 건강보험료 대신 다른 기준 적용키로
장애인 당사자, 억울해도 이의신청도 못 해… “본인부담금 폐지해야”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중증장애인 김 아무개 씨(가명)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직장 사정이 어려워져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득이 없어진 지 한 달 만에 김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이 10만 원이나 오른다는 것이다. 

김 씨는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활동지원 총 470시간(국비 390시간, 인천시 80시간)을 받고 있다. 퇴사 전까지만 해도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은 17만 5천 원을 납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두고 난 뒤에 오히려 10만 원이 오른 27만 5천 원을 내게 됐다.

소득이 없어졌는데 오히려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이 오른 이유는 김 씨가 건강보험 상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한 기준중위소득 구간에 따라 정해진다. 네 단계로 나뉜 기준중위소득 구간은 소득수준을 의미하기에, 본인부담금은 소득수준에 비례해 책정된다고 할 수 있다. 김 씨는 직장가입자일 때 건강보험료가 3만 7천 원 수준이었으며, 지역가입자가 되었을 때는 3만 6천 원 대로 오히려 낮아졌다. 그런데도 소득수준이 높아져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이 인상된 까닭은 무엇일까? 

 

- 같은 건강보험료 내도,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소득 높게 측정돼 

복지부는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을 책정하기 위한 건강보험료 기준을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수준이 더 높게 나타나도록 설계했다. 이로 인해 김 씨는 직장가입자 당시 기준중위소득 구간이 ‘70% 이하’였는데, 지역가입자가 되자 ‘120% 초과 ~180% 이하’가 돼버렸다.

즉, 같은 3만 원대의 건강보험료를 내도, 단지 지역가입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장가입자일 때보다 소득 수준이 2배 이상 올라간 것이다. 그러면서 김 씨의 활동지원등급(인정조사 기준)이 1등급(다형)에서 1등급(마형)으로 변경되어, 활동지원 본인부담금도 10만 원이 넘게 오르게 됐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 가구별·소득수준별 건강보험료 조견표(2021). 같은 3만 원 대의 건강보험료를 내도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간 기준중위소득 구간 차이가 매우 크다. 김 씨의 경우, 직장가입자 당시 ‘70%이하’의 기준중위소득 구간이었지만, 오히려 실직한 뒤에는 ‘120% 초과 ~180% 이하’로 2구간 소득수준이 상승해버렸다. 이에 따라 본인부담금도 10만 원 오르게 됐다. 사진설명: 조견표 위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실직했는데 소득 수준 2구간 상승?’이라고 적혀있다. 재구성 이가연장애인활동지원사업 가구별·소득수준별 건강보험료 조견표(2021). 같은 3만 원 대의 건강보험료를 내도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간 기준중위소득 구간 차이가 매우 크다. 김 씨의 경우, 직장가입자 당시 ‘70% 이하’의 기준중위소득 구간이었지만, 오히려 실직한 뒤에는 ‘120% 초과 ~180% 이하’로 2구간 소득수준이 상승해버렸다. 이에 따라 본인부담금도 10만 원 오르게 됐다. 사진 설명: 조견표 위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실직했는데 소득 수준 2구간 상승?’이라고 적혀있다. 재구성 이가연

 

이처럼 건강보험료 기준에 차등을 둔 것에 대해 복지부 급여기준과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정해지지만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이 함께 합산되어 책정된다. 그럼에도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평균 납부액이 훨씬 낮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준중위소득 구간이 ‘180% 초과’의 경우에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 건강보험료 수준이 비슷해지지만, 점점 아래구간으로 내려갈수록 격차가 심해지는 건 사실이다”며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수준 책정이 높게 나타나는 점을 인정했다. 

 

- 종합조사 받으라지만… 활동지원 삭감 두려워 받지도 못해

현재와 같은 높은 본인부담금에서 김 씨가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활동지원 심사를 다시 받는 것이다. 그러나 재심사를 받으면 활동지원시간이 크게 삭감될 수 있어 김 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활동지원 심사체계가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바뀌었다. 김 씨는 종합조사로 바뀌기 전 활동지원 심사를 받았다. 

과거 인정조사에 의한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의 경우, 기본급여는 최대 15%까지 상한액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추가급여는 상한액이 없어 무한정 늘어날 수 있었다. 장애계가 본인부담금에 대한 문제를 거듭 제기하자, 복지부는 종합조사로 판정체계를 바꾸면서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체계를 기본급여와 추가급여를 합산한 단일급여로 바꾸고 최대 7%의 상한액(2021년 기준 170,700원)을 두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본인부담금 문제와 별도로 활동지원 시간을 판정하는 종합조사표의 문제가 남아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활동지원 기존 수급자 월 한도액 산정특례 현황 세부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활동지원 수급 갱신을 위해 종합조사를 받은 장애인 중 17.4%(7,662명)가 서비스 시간이 하락하거나,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꼴로 서비스 시간이 하락한 셈이다. 특히 하락자 중 서비스 필요도가 높은 중증장애인과 독거장애인의 비중은 각각 75%(5,748명), 25.3%(1,936명)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중증·독거 장애인인 김 씨가 종합조사 심사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소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종합조사를 받은 후, 중증장애인 중에는 활동지원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종합조사를 받겠나”라며 “장애계는 활동지원 종합조사로 개편될 때 본인부담금 폐지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본인부담금은 남고 상한액만 조정됐다. 인정조사를 받았던 장애인에게도 상한액을 부여해야 하는데, 종합조사를 반드시 받아야만 상한액이 적용되게끔 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 또한 “주민센터는 본인부담금을 줄이려면 종합조사를 받으라고 권한다. 이 방법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활동지원 시간이 크게 떨어질까 봐 종합조사를 받고 싶지 않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019년 3월 13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은 국가인권위원회 1층 로비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본인부담금 폐지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271명의 진정인이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폐지하라”라고 외치고 있다.2019년 3월 13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은 국가인권위원회 1층 로비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본인부담금 폐지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271명의 진정인이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폐지하라”라고 외치고 있다.

 

- 정부도 ‘문제 많다’ 인정… 내년부터 건강보험료 대신 다른 기준 적용키로 

정부도 건강보험료를 소득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정부는 제19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복지사업 유형에 따른 소득재산조사 표준화 및 간소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시 더 이상 건강보험료를 소득기준으로 활용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바우처 사업인 활동지원사업의 경우, 공적자료를 통해 약 30여 개의 항목으로 소득과 재산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건강보험료 활용 복지사업의 소득재산 판정기준 합리화 방안(2019)’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료는 소득추정이 어려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의 경우 경제력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몇 단계에 걸쳐 차등 지원하기 때문에 소득·재산의 상세한 조사가 가능한 소득인정액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책정에 있어, 재산을 소득으로 추정해 소득액과 합산하는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건강보험료 활용 복지사업의 소득재산 판정기준 합리화 방안(2019)’ 보고서. ‘건강보험료 전환 시 고려사항을 통한 전환방식 상세검토’를 표로 나타냈다.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지원금액이 높고, 지원기간은 지속지원, 전달체계는 지자체, 본인부담금은 많게 책정되어 ‘소득인정액’ 방식이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역사회서비스투자’의 경우  ‘소득기준 폐지’가 적합하다고 봤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건강보험료 활용 복지사업의 소득재산 판정기준 합리화 방안(2019)’ 보고서. ‘건강보험료 전환 시 고려사항을 통한 전환방식 상세검토’를 표로 나타냈다.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지원금액이 높고, 지원기간은 지속지원, 전달체계는 지자체, 본인부담금은 많게 책정되어 ‘소득인정액’ 방식이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역사회서비스투자’의 경우  ‘소득기준 폐지’가 적합하다고 봤다.  

 

‘소득인정액’과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의 공통점은 ‘재산’을 소득과 합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부담금 책정 기준을 건강보험료가 아닌 소득인정액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재산’은 본인부담금 책정의 기준이 된다. 이 경우, 복잡한 계산방식으로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가 산출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워 이의제기가 어렵게 되고, 소득이 없어도 재산으로 인해 높은 본인부담금을 내게 된다. 김 씨의 상황이 그렇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김 씨는 접근 가능한 집을 구해 이사 다니기 어려워 자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집이 재산에 포함되어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전셋집에 살던 당시,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까 걱정하다가 결국 옆 동 오피스텔 집을 매입했다. 다른 집을 보러가도 엘리베이터가 없고, 접근성이 떨어져서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장애인 당사자, 억울해도 이의신청도 못 해… “본인부담금 폐지가 답” 

김 씨는 본인부담금이 오르자 부당함을 느껴 이의신청을 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센터로부터 ‘이의신청은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복지부 관계자는 이의 신청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소득기준으로 삼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원래 소득보다 과다 납부했다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못한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12월 29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12월 29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0년 기준, 복지부의 사업 중 장애인활동지원을 포함해 발달재활서비스, 장애아가족양육지원 사업 등 총 18개의 사업이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복지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사용했지만, 많은 지역가입자들의 소득이 높게 책정되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재난지원금 형평성 논란이 크게 일자, 정부는 소득이 감소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이의 신청을 통해 적극 구제하겠다며 뒤늦게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장애인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재난지원금을 통해 건강보험료 기준 적용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면서, 김 씨처럼 소득기준이 제대로 책정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게 됐다”며 “현재는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에 대한 소득 변동 과정에서 이의신청조차 할 수 없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나 활동지원사업에 대한 소득기준 선정방식이 바뀌게 될 텐데, 그전에 이의신청을 통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김 씨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황임에도 이의신청도 하지 못한 채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27만 원을 매달 꼼짝없이 납부해야 한다. 임소연 사무총장은 “김 씨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이 더 나빠졌는데 본인부담금이 오르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활동지원은 부가서비스가 아닌,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편의지원이다. 본인부담금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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