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이런 거 빼” …교육부 감사로 8건 추가 적발
7월 내 약속했던 진주교대 총장 사과 이뤄지지 않아
장애계 ‘모든 국립교대·사범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전수조사’ 요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며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장애학생의 입시성적을 조작해 탈락시킨 진주교육대학교(아래 진주교대)에서 추가 성적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진주교대 감사를 진행 중인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서류평가 점수가 100점 이상 조정된 사례 8건을 추가로 발견했다. 2017학년도 2건, 2018학년도 4건, 2019학년도 2건이다. (관련 보도 : 진주교대, 중증장애 이유 입시 성적조작 더 있었다…교육부 감사로 8건 추가 적발)
교육부에 제출된 녹취록에 따르면, 입학관리팀 팀장 박아무개 씨는 2018학년도 입시 관련 회의에서 “장애등급 높은 거, 시각 1급 이런 거는 안 되거든. 간질 이런 거 빼야 될 거고”라면서 장애를 이유로 탈락시킬 것을 언급했다. 입학사정관 ㄱ씨는 이러한 박 씨의 압박에 성적을 조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입학사정관 ㄱ 씨의 내부고발로 진주교대에서 중증장애를 이유로 입시성적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애계는 교육부 장관의 사과와 진주교대 총장 및 관련자 사퇴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어떠한 미동도 없자 장애계는 지난 6월 진주교대 총장실을 점거하였고, 유길한 진주교대 총장은 7월 내에 사과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 장애계 “모든 국립교대·사범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전수조사” 요구
추가 성적 조작이 알려지면서 장애계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4일 성명을 내고서 “전국의 모든 국립교대 및 사범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대한 성적조작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진주교대는 전장연과의 면담 및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 “진주교대는 중증장애를 가지고도 초등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차별 없이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했으며, 입학전형에 있어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제공 및 공정한 선발 절차를 운영”하였다고 강조했지만, 진주교대의 주장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지난 6월 8일 진주교대 총장실을 점거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유길한 총장(왼쪽)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특히 이번 문제는 교육부가 어려운 장애인 교원 채용을 빌미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반값만 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드러나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2020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3.4%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고용촉진법’ 부칙에 따라 교육부는 3년간 고용부담금 ‘반값 할인’을 받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20년에 원래 내야 할 고용부담금 760억 원에서 ‘반값 할인’을 받아 380억 원만 내면 됐다. 그런데 교육부는 장애인 교원 채용 어려움을 이유로 ‘의무고용률이 3.8%로 상향되는 2024년에도 반값 할인을 3년간 유지해달라’고 요구해왔고 최근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2006년 교육공무원에 대한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적용된 지 15년이 넘도록 교육부는 무엇을 했나. 교육대학, 사범대학, 비사범대학의 평균 장애학생 수는 279.4명에 불과했고,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운영하는 학과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이마저도 교육대학에서 중증장애학생을 장애를 이유로 성적을 조작해 탈락시켜오고 있었다. 애초에 교원양성기관에서 장애학생을 뽑지 않도록 방치한 것은 교육부가 아닌가”라며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책임은 교육부의 방관에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도 “진주교대뿐 아니라 다른 교원양성기관에서도 비슷한 장애학생 입학 거부가 발생했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면서 교육부가 전수조사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어 “성적 조작은 명백한 입시 부정이자 범죄이며, 이번 사건은 특정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면서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책임 있는 교육부의 공개 사과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비장애학생의 입시 부정 사건이었어도 이렇게 느긋하게 다루었을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따라서 이들은 진주교대 유길한 총장 사퇴 및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비롯해, 교육부에 △모든 국립교대 및 사범대학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대한 성적조작 여부 전수조사 △모든 교원양성기관의 입학전형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개설 및 장애인교원 의무고용을 위한 정책 즉각 수립 등을 요구했다.
강혜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