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이 14일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오는 21일로 농성 5주년을 맞이하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긴급 농성 투쟁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년간의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대한 계획을 알리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년)’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 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된다. 그러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선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에 한해서만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즉, 시민사회계가 줄곧 요구해온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아니라 결국 단계적 완화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양의무자 가구와 수급자 가구 모두에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는 2017년 1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후 모든 수급자 가구 중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소득 하위 70% 가구는 2019년 1월부터, 노인 포함 소득 하위 70% 가구는 2022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공동행동은 “완화안을 들으려고 지난 5년간 농성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14일 오후 4시 청운동사무소에서 청와대 들어가는 길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선포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회장은 “단계적으로 완화한다고 정부가 말장난하고 있다. 우리가 춥고 무더운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투쟁한 게 며칠인가. 그 장난에 가만있을 수 있나. 부양의무자 기준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분노했다.
박 회장은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내가 올해로 66살이다. 내 힘으로 벌어 먹고살 수 있는 게 없는데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이 끊길까 덜덜 떨며 고민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나. 정말 해야 할 일을 진짜 좀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10일 복지부 발표 당일 오전, 문 대통령은 경제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2020년까지 복지제도를 현실적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빈곤층 복지제도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 좀 있을 점심, 저녁 걱정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나.”면서 “이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라고 밝혔다.
정 활동가는 “1820일 동안 투쟁하며 우리가 원한 건 완화가 아니라 완전 폐지다. 인구학적 기준으로 가난을 선별하지 말고 의료급여,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면서 “우리의 투쟁으로 지금의 안을 뒤집자”고 외쳤다.
이형숙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2001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만들어졌는데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예산이 변한 게 없다. 그 돈 때문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냐”라고 분노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으로 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자며 청와대 앞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에 가로막혔고 이들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라. 가서 구호만 외치고 오겠다”며 경찰의 진입 통제에 항의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복지부 발표 후 언론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고 보도됐다. 이건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다. 정부가 양심이 있으면 ‘이건 폐지가 아니다’라고 밝혀야 한다.”면서 “왜 거짓말을 치냐”고 항의했다.
공동행동은 저녁 6시 30분경, 종로복지관 앞에서 농성 돌입 천막을 설치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광화문농성 5주년 집중투쟁으로 1박2일 간 광화문광장에서 ‘3대 적폐 완전폐지 촉구 광화문농성 5주년 집중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농성에 돌입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충돌을 빚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