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지체장애인이 벌금 미납으로 사회봉사를 신청했으나 이를 기각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심이 원심을 파기하고 ‘장애인도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정부에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들은 의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시장실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28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아래 벌금미납자법)’에 따른 사회봉사를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신청했으나, 지난 6월 의정부지방법원은 사회봉사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즉시 항고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신청인은 하반신 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회봉사명령을 성실히 이행할 신체적 능력과 의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사회봉사신청이 기각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면서 항고 이유를 밝혔다.
그 결과 의정부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지난 21일 원심의 기각 결정을 파기하고 장애인들에게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항고 인용 결정문에서 “신청인이 비록 장애인이긴 하나 육체적 노동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사회봉사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을 나타내고, 신청인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것보다는 사회봉사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벌금미납자법 입법 취지에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청인에 대하여 사회봉사를 허가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향후 장애인이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신청하는 경우 △사회봉사 종류가 매우 다양한 점 △장애인도 사회봉사에 대한 능력과 의사가 충분한 점 등이 고려되어 벌금미납자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이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법원의 결정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와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30일 성명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아무 고려 없이 진행된 사회봉사명령 신청 기각은 명백한 차별행위이며, 이에 대한 항고심 판단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장추련 등은 “사회봉사 신청 당시 ‘장애가 있는 사람은 안된다’며 설명이나 안내 없이 거절한 법원의 태도와 ‘사회봉사허가청구 기각’에 대해 어떤 이유도 들어있지 않던 재판부의 결정문, 기각결정 사유를 알기 위해 답변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법원의 장애인에 대한 권위적이고 차별적인 태도 역시 이번 항고심 판결을 계기로 반드시 바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인권활동 중 발생한 벌금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 누구도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본 적 없다. 이는 법원이 근본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보지 않고, 장애는 곧 무능력자라는 뿌리 깊은 차별의식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법원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법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