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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왜 강서구에만 특수학교 2개나 짓냐”...또 다시 무릎 꿇은 장애부모 조회수 7,919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07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고성만 오간 2시간 30분
“이미 강서구에 장애인시설 포화상태” vs "어떤 모욕도 받겠지만 학교는 포기 못해"“
등록일 [ 2017년09월06일 13시4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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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자 장애부모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고 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가 두 달 만에 어렵게 열렸지만, ‘설계 공모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논의하라’는 반대 측 주민들의 주장에 막혀 토론은 내내 공회전할 뿐이었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긴 토론은 결국 장애부모들이 “학교 짓게 해달라”고 무릎 꿇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 7월 6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주민토론회가 열렸으나 시작조차 못하고 무산됐다. 그로부터 2달 뒤인 9월 5일 저녁 7시 30분, 탑산초 3층 대강당에서 또다시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시작 전부터 탑산초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기동대 버스 4대가 탑산초 인근에 출동해있었다. 토론회 시작 1시간 전엔 강서·양천구 내 시민단체들이 탑산초 앞에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서양천공동행동은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이 많아진다면 지역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면서 “강서구에 사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될까 걱정이다”라며 반대 주민들을 비판했다.


토론회가 열리는 3층 강당 앞. 입구에선 주민들이 “특수학교 반대하시는 분 서명하세요. 찬성하시는 분은 아니구요”라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 사퇴촉구 서명이었다.


이날도 토론장 내부엔 물병, 피켓, 음료, 플랜카드 등을 가지고 들어와선 안 됐지만, 장내엔 이미 “우리는 특수학교 토론회보다 국립한방병원 설립 설명회를 원한다”, “우리 가양동 주민은 국립한방병원에서 일도 하고 치료도 받고 싶어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시작 전부터 끊임없이 양 측 주민들 간엔 실랑이와 다툼, 시비가 일어났다. 다툼이 일어날 때면, 반대 측 주민들은 상대방이 강서구 주민인지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반대 측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취재진들을 향해서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로 인해 기자와 반대 측 주민들 간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은 지난 토론회와 달리 ‘서울시교육청’이라고 쓰인 연두색 조끼를 입고 다툼이 일어날 때면 갈등 상황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안내했다.


이날 토론회장엔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온 여성도 있었고, 성인이 된 발장장애자녀 손을 잡고 온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앉는 자리는 각자 달랐다. 무대를 바라보고 왼편에 반대 측 지역주민이, 오른쪽 앞엔 장애부모들이 앉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몇몇도 장애부모들 옆에 자리했다.


토론회 시작이 약속된 7시 30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토론회장으로 들어섰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

 

강서구 특수학교는 공진초가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이적지 일부를 이용해 설립되는 것으로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현재 준비 중이다. 부지 5000㎡를 활용해 지어지는 학교엔 106명(16학급)의 지적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과 전공과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2013년에도 행정예고된 적 있으나 당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안을 발표하면서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날 기조발언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책무가 있다”면서 “교육청은 미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함께 사는 사회 만드는 게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상생과 공존의 방안이 많이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수학교 대체부지안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이렇게 큰데도 교육청이 왜 이렇게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솔직히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과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갈등의 책임을 서울시교육청에 돌렸다.


이날 반대 측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공진초 부지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8월 25일 설계공모를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토론회 내내 설계공모를 중단하고 공진초 부지를 어떠한 용도로 쓸 것인지 원점에서부터 재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성동운 특수학교 설립 반대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강서구엔 교남학교가 있다. 교남학교 108명 중 23명이 양천구, 영등포 등 타 지역 학생이다”면서 “강서구 공진초 이적지 2km 이내는 복지관, 직업재활학교 등으로 장애인이 이미 포화상태다”라며 반대 이유를 들었다. 또한, “오늘 토론회 하자고 조희연 교육감이 천명해놓고 설계공모를 발표했다.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이 교육감의 행태를 보고 뭘 배울 수 있겠는가. 교육청이 썩어문드러졌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조희연 교육감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한 게 아니다. 교육청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공사 시작했다면 엄청난 문제일 수 있으나 현재는 행정 프로세스의 아주 초보적인 걸 하는 수준”이라면서 이해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구로구에도 특수학교가 2개 있다. 2개씩 있는 구도 많으나 아직 서울시 8개 구에 특수학교가 없다. 모든 구에 하나씩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강서구에만 왜 짓냐는 측면에서 교육청을 나무라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장에 걸린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을 떼라고 항의하는 장애부모들.

'공진초에 특수학교 설립은 안 된다'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추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 환호하는 반대 측 주민들


이은자 서울장애인부모회 부대표는 “장애가 있으니 특별히 배려해달라는 게 아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학교는 가야하지 않나”라면서 “여러분 자녀는 가까운 학교 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2시간씩 걸려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 발언이 시작되자 객석에선 반대 측 주민들의 욕설과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이로 인해 이 부대표는 중간 중간 말을 멈춰야만 했다. 사회자가 거듭 “남의 얘기를 경청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장내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러분도 부모고 우리도 부모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 지을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여러분들이 욕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모욕 주셔도 괜찮습니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장애아이들도 학교는 다녀야하지 않겠습니까.” 


이 대표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하는 사이, 맨 앞줄에 앉아있던 김성태 의원이 토론회장을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를 발견한 이 부대표가 “김성태 의원님, 외면하지 마시고 저희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쳤지만 김 의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러한 장애부모의 읍소에 반대 측 주민인 진용철 비대위원은 “강서구 교남학교의 25% 정도가 타 지역에서 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사람들 정리하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조부용 강서구부모회 부회장은 “우리 아이도 구로에서 졸업시켰다. 타 지역 아이 색출해서 내보내는 걸 구로에서 했다면 우리 아이는 낙동강 오리알 될 뻔했다. 똑같은 상황 만들 수 없다”라고 받아쳤다.


전혜영 비대위 부위원장은 “이렇게 지역 불균형이 일어나는 데가 없다. 주민기피시설은 죄다 모여있다”면서 “못사는 지역 생각해서 한 번 더 생각해달라고 말하는데 언론사와 교육청은 우리가 님비라고 왜곡보도 하고 있다”며 취재진들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토론회가 2시간 가까이 이르러서도 애초 목표한 접점은 찾아지지 않았다. 반대 측 주민들이 조 교육감에게 설계 공모 중단을 지속 요구하면서, 토론은 앞으로 나아가긴 커녕 공회전만 할 뿐이었다.


마침내 조 교육감은 “우리가 한방병원 이야기를 지난 총선 때, 누가 플래카드 걸린 걸 사진으로 찍어줘서 알았다”면서 “여러분에게 땅이 있는데 누가 여러분과 아무 상의도 없이 그 땅에 호텔 짓겠다고 계획 세우면 어떤 입장을 취하시겠나”라고 반론을 폈다. 이어 “김성태 의원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방병원을 지을 수 있는데 (왜 특수학교 짓느냐)’는 것은 김성태의 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다”라며 “허준 박물관, 허준 거리 등이 있어서 한방병원이 너무 좋은 프로젝트라는 것에 동의한다. 단지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접점을 만들어보자”라고 제안했다.


장애부모(왼쪽)가 무릎 꿇자 그 앞에 무릎을 꿇은 반대 측 주민(오른쪽).

특수학교 설립 반대 측 주민들이 단상 위에서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 취소를 호소했다.


“저희가 강서구 주민분들께 무릎 꿇고, 학교 짓게 해달라고 사정하겠습니다.” 


토론이 더는 진전되지 않자 한 장애인자녀를 둔 어머니가 강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옆에서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회 대표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함께 무릎 꿇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토론회에서 ‘강서구 주민이 아니기에 토론자 참가자격이 없다’는 반대 측 주민들의 주장에 밀려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다.’ 터진 울음에 감싸 안은 팔이 덜덜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장애부모 수십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왔다. 옆에, 뒤에, 줄지어 무릎을 꿇었다. 장애자녀 손을 잡고 나온 여성은 아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토론회 진행해야 하니 모두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토론회 진행이 안 됩니다!”


사회자가 거듭 외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반대 측 주민들은 “쇼 하지 말라”고 삿대질하며 아우성쳤다. 그때, 반대 측 주민 남성이 장애부모들 앞에 무릎 꿇었다.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하는 한 주민이 “당신한테 무릎 꿇는 거 아니다. 엄마들 모욕하는 거냐. 당장 일어서라.”며 남성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자 반대 측 토론자로 나온 주민들도 일제히 무대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마이크를 잡고 “교육감님, 가양 2동 주민들도 살게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 우리보고 죽으라는 겁니까?”라고 외쳤다.


더는 토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조 교육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대위원장이 그 앞으로 달려가 “교육감님, 한방병원 지을지, 특수학교 지을지, 주민투표하자고 말씀 드렸는데 아직 답을 안 하셨어요!”라며 조 교욕감을 잡았다. 이에 조 교육감은 ”국가 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하긴 어렵다”고 응답했다.


그렇게 조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들이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강당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장애부모들이 서로를 일으켰다. 의자에 앉아 손에 얼굴을 파묻고선, 서로 어깨를 빌려주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두 번째 강서구 특수학교 주민토론회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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