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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활동보조 24시간·탈시설 예산’ 없는 내년도 복지 예산, 거부한다 조회수 7,71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0.23
한자협 창립 14주년… 축하보다 다시 거리로 나와 ‘투쟁’
박근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장애인 예산 규탄하며 증액 촉구
등록일 [ 2017년10월20일 20시5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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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 창립 14주년 기념식 및 2018 년 장애인 예산 요구 기자회견을 20일 국회 앞에서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20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DISABILITY PRIDE’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선 국가에 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에서 탈시설한 발달장애인분이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12명의 전문가가 모여 이야기하는데 전문가라는 분들이 ‘자립생활 준비 안 돼서 나오니 문제 일으키는 거 아니냐. 시설로 보내서 훈련시킨 다음에 다시 내보내자’고 한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분, 주간보호센터장, 발달장애인지원 기관장 등이 모인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그도 자립생활할 권리가 있으며 시설에 보내선 안 된다’고 핏대 높여 말한 사람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나, 한 사람뿐이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기관이라고 천명하고 정부와 국회에 예산 지원하라는 요구를 첫 번째 요구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센터 예산은 1억 5천만 원으로 묶여있고, 심지어 삭감된 적도 있었다. 장애인은 시설과 집구석에 처박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당당하게 장애인의 권리를 외쳐왔다.” (노금호 한자협 부회장)

 

한자협이 창립 14주년 기념식 및 2018 년 장애인 예산 요구 기자회견을 20일 국회 앞에서 열었다. 2003년 출범한 한자협은 중증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국 협의체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등에 앞장서오며 활동지원서비스와 탈시설 제도화를 이끌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20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DISABILITY PRIDE’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선 국가에 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한자협은 “14주년을 맞아 많은 사람과 단체의 축하를 받아야 하나 우리는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면서 “현재 국회에서 2018 년 예산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선 장애인이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예산조차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건·복지·고용’분야에서 향후 4년간 연평균 9.8% 수준의 예산 증액을 이뤄내겠다고 발표했으나, 2018 년 장애인복지예산은 이에 못 미치는 7.4% 증액됐다. 내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정책국 예산은 2조 2200억 원으로 이는 전년도와 동일하게 중앙 정부 전체 예산 대비 0.52% 수준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 하루 24시간 지원과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범사업 예산 및 탈시설 관련 예산은 단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으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도 12년째 동결되어 있다.

 

따라서 협의회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강화 △장애인활동보조 권리 확대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탈시설-자립생활 강화 및 장애인 주거권 정책 강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50만 명 중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대인서비스를 필요로 한 장애인은 80만 명이나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이들은 6만 5천여 명에 그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의 숫자도 적지만, 수가 또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해 정작 서비스를 받게 되더라도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협의회는 서비스 지원 대상자를 현재의 6만 5천 명에서 10만 명으로, 월평균 지원 시간을 109시간에서 130시간으로, 서비스 수가를 9240원에서 1만 3000원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자립생활센터 수도 현재 62개소에서 80개소로 늘리고 지원 예산도 현재의 1억 5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확대도 요구했다. 이들은 1, 2급 중증장애인 1만 명(장애여성 50%)을 장애인 동료상담가, 권익옹호 활동가, 장애인차별상담 및 장애인권교육강사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NGO단체에서 활동하도록 하여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으로 임금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 창립 14주년 기념식 및 2018 년 장애인 예산 요구 기자회견을 20일 국회 앞에서 열었다.
노금호 한자협 부회장

노금호 한자협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생활임금을 이야기하는데 활동가도 최저임금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센터 지원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어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이야기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활동보조인은 노동자로 보이지 않는가. 왜 이들 임금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라면서 “현재 활동보조 수가는 최저임금조차도 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활동보조 일을 하길 거부하고 있고, 그 속에서 장애인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활동지원서비스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김정훈 한국피플퍼스트 전국위원장은 “올해 4월, 경남에서 서울로 올라와 활동하고 있는데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되고 주거비 지원이 확대되어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기 집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시설조사를 나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고 싶어 했다. 하루빨리 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미화 전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14년 전엔 장애인자립생활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개소리냐고 했다. 그런데 이제 장애인자립생활은 장애인 복지의 상식이 됐고, ‘시설에서도 체험홈한다, 복지관에서도 동료상담한다’고 말한다”며 인식 변화를 꼬집었다.

 

서 회장은 “장애인 복지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은 12년째 동결이다. 장애인은 일하면서 경력 쌓여도 12년 동안 똑같은 월급 받는 걸 고맙게 생각하라는 건가”라면서 “이러한 처우는 우리의 프라이드를 구기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다.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디서빌리티 프라이드(DISABILITY PRIDE)는 완성되지 않는다”면서 가열찬 투쟁을 결의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DISABILITY PRIDE’라고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는 국회를 한 바퀴 도는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를 진행했다.

 

국회를 돌며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를 하는 사람들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를 하는 사람들
행진하며 국회에 내년도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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