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
한 지적장애인이 수년 간 ‘축사 노예’로 지내며 노동 착취와 인권유린에 시달려 온 사건이 드러남에 따라, 충청북도가 전수 조사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장애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의 한 농가에서 지적장애인이 19년간 심각한 노동 착취와 인권유린을 당해온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적장애 2급인 고 모 씨는 김 모 씨의 농장에서 40여 마리에 달하는 젖소와 한우를 돌보고, 2만㎡에 달하는 축사를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왔다.
강도 높은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고 씨는 축사 옆 쪽방에서 지내왔다. 김 씨는 고 씨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음은 물론, 일을
못 한다며 고 씨를 굶기기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감금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북도는 19일, ‘제 2의 만득이(고 씨의 별칭)를 막아라’라며 지적·자폐·정신장애인의 소재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재
파악시 가족에게 인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시설 입소 등 보호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충북장차연)는 21일 충청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적장애인은 ‘노예’도 ‘격리의
대상’도 아니”라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더불어 지적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충북장차연은 “지적장애인은 노동착취, 학대, 불법감금, 성범죄, 인신매매 등 학대 범죄에 쉽게 노출 되어 있다”라며 “19년 전
실종신고에 경찰이 신속하게 대처했다면, 19년간 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이 조금만 관심 있게 지켜봤다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보호나
격리’에서 ‘자립’으로 조금만 일찍 바뀌었다면 이번 사건은 조기에 해결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충청북도가 내놓은 대책안에 대해서는 “최근 ‘남원 평화의집’ 사건에도 보듯 장애인생활시설을 통한 지원은 장애인 인권의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 다시 ‘지적장애인 학대’의 문제를 ‘격리’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충청북도에 절망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충북장차연은 △가해자 엄중 처벌 △무관심으로 사건을 방치한 행정기관 책임자 문책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심적·경제적
지원책 마련 △지적장애인의 사회적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충북장차연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가정을 부양코자 일을 시작한 피해자가 장애가 있어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 못했다는
이유로 학대 받거나 격리 받아서는 안 된다”라며 “한 사람의 이기심과 행정기관의 무능으로 피해자가 고작 18km 떨어진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 19년 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며 사법부와 충청북도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