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달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진 살상 사건에 대해
주목할 만한 일본 현지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이 기사는 도쿄신문(東京新聞) 2016년 7월 30일 조간에 실린 것으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인 딸을 둔 와코대 명예교수 사이슈 사토루(最首悟)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사이슈 씨는 살상 용의자의 마약 복용 혐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전력 등을 내세우며 그의 망상에 의한 범죄였다는 언론 보도행태와는 정반대로, 용의자는 제정신이었으며 일본 사회가 그의 제정신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뷰 기사 전문을 도쿄신문의 허락을 얻어 번역해 싣는다. (번역=이마즈 유리)
사가미하라시의 장애인 시설에서 일어난 살상사건. 와코대의 사이슈 사토루 명예교수(79, 환경 철학)은 사건의 발생 소식을 듣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이슈 교수의 셋째 딸 세이코 씨(40)는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사건 용의자에 대해 “(그는) 제정신이다. (그에게)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말로는 다 말할
수가 없는 중증장애인과 그 부모가 갖는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청년의 행위를 허락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 * *
“이번의 사건은 엽기적인 범행이 아니다. 용의자는 ‘제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입에 담지 않더라도 내심 그에게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이슈 씨는 자신의 요코하마 자택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택 옆에는 사이슈 씨가 운영하는 정신장애인 보호작업장
‘무쿠도리의 집’(25 명)이 있다. 이번 사건의 영향을 고려해서 활동을 중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의 범행에 대해서 용의자가 약물을 사용했었을 가능성과 범행 전의 망언 등을 언급하며 ‘이상한 사람’임을 강조하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사이슈
사토루 일본 와코대 명예교수
그러나 사이슈 씨는 범행의 수법 등을 볼 때 용의자가 ‘제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용의자는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겨냥해 칼로 경동맥을 잇따라 찔렀다.
“그는 용의자의 가족에게는 사죄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윤리로서는 살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생산능력이 없는 자는 ‘국가의 적’이거나 ‘사회의 적’이고, 그런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정의라고 본다. 누군가가 국가를 위해서
처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확신범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범행의 근거를 ‘이상한 망상’으로 정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사이슈 씨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의 예로 사이슈 씨는 장기이식과 관련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여사’(与死)의 논의를 들었다. 이것은 죽음에 대해
생물학적인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의 합의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어느 일정한 상태의 장애인과 고령자에게 죽음을 주자는
생각이다.
(편집자 주) 일본 내에서도 여사(与死)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가 되어있지는 않은 것으로보인다.
다만, 뇌사(腦死)가 과학적으로 정의된 어떤 상태에 대해서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여사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죽음을 어떤 한 점에 고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과학적 판단과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일정한 상태를 죽음으로 ‘합의’하여 종말 단계의 환자에게 죽음을 주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온데에는 뇌사보다 죽음을 폭넓게 인정하는 여사를 통해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초당파의 의원연맹이 ‘존엄사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사이슈 씨는 (여사와 관련된 법안은) ‘안락사, 존엄사 다음에
나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출산을 포함한 생산능력이 없는 자는 사회의 일원이 될 가치가 없다고 보는
풍조가 있다. 국가는 전쟁의 적이나 공동체를 해칠 사형수를 합법적으로 죽인다. 사회자원을 쏟아도 경제적 효과가 없는 고령자나, 중증의 장애인도
‘사회의 적’으로 간주될 수가 있다. 이런 수면 아래에 존재하던 흐름의 거품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게 이번 사건이 아닐까?”
이런 지적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 배경이 있다. 1999년 9월 당시 1기였던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는 중증장애인시설을 시찰
후, “저런 사람(입소자)이란 인격이 있는 것인가’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후 4기 동안, 국회의원 될 때까지 도지사에
당선됐다.
사이슈 씨는 이번에 희생자의 이름이 아직 공개되지 않는 것도 사건의 배경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비장애인이면 보통 (이름을) 발표하고 슬픔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표하면 희생자를 아는 주변에서 ‘(저 사람이면) 어쩔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은 장애인이
인간이 아니고,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일 뿐이다.”
용의자는 2월, 중의원 의장 공관에 “장애인을 죽이는 것은 불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라고 적힌 편지를 전달했다. 범행과 함께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도 언론은 ‘생명의 소중함’을 방패로 비난했지만, 사이슈 씨는 그런 진부한 표현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함께 사는 셋째 딸 세이코 씨는 ‘아’라고 발성은 하지만 말을 못하고 8살 때 시력도 잃었다. 식사도 스스로는 할 수 없고, 바로 삼키는 식으로, 배변 처리도 못한다. “화분의 꽃과 똑같이 이틀도 돌보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부부 동반 여행도 다니지 못한다.”
오히려 사이슈 씨는 용의자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려고 한다.
60대의 소아성 미나마타병 환자를 돌보는 한 여성은 “이 애가 먼저 가줬으면”이라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내가) 먼저 가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심지어 여러 차례 고민 끝에, 동반자살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삶이 소중하다고 알고 있더라도 (위와 같은 사람들은)
세상에 드물지 않다. 우리는 모두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사이슈 씨는 “먼저 못 가겠다는 마음은 나도 똑같다. 나 또한 이 애(세이코 씨)가 죽으면 얼마나 편안해질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삶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애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 그 양면은
떼어놓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단지 이 애가 없으면 하고 생각하더라도 (자식을) 죽인다는 선을 넘을 수는
없다. 그것은 ‘생명이 지구보다 무겁’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삶에게는 다른 삶을 먹는 잔인함도 있다. 결국, 삶은 알 수가 없는 거고, 벅찬
것이다. ‘삶은 삶’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사실이 계속 신음하는 자신을 멈추게 하고 있다.”
사이슈 씨 부부는 그런 식으로 40년간 세이코 씨와 같이 살아왔다. 세이코 씨는 음악에 맞춰서 몸을 흔든다. 여러 음악으로 시험해 봤다.
나카지마 미유키의 곡에 반응을 잘 했다고 한다. 시설의 주간보호 서비스에도 데려가 봤지만, 입구에서 힘껏 버티고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애가 20살이 될 때까지 저도 아내도 한 번씩 ‘이 애가 없었으면’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딱 한번씩만.”
(사이슈 씨는) 그런 행위를 이번 살상사건 용의자와 같은 제3자나 국가가 ‘대행’하여 결말을 내 버리는 것만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갈가리 찢고 싶다.”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무엇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까. 사이슈 씨는 ‘2025년 문제’에 주목한다.
2025년 문제란 단카이 세대(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1947~49년 사이에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세대를 말함. 단괴세대라고도 함 - 편집자
주)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되는 25년에 의료나 간호, 복지의 필요가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이다. 후기 고령자는 약 2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회보장비의 중대, 간호 및 의료 종사자의 부족이 걱정되고 있다.
사이슈 씨는 “일본은 장수국이라고 기뻐하고 있지만 노쇠하거나 와병 중인 사람이 많기에 좋아하기만 할 상황은 아니다. 치매 환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주 심각한 문제지만 대책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으면 안 된다’는
논리가 들어오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향해가면서 사회에 냉기가 슬며시 다가오고 있다”고 걱정한다.
용의자가 중의원 의장에게 건낸 편지 내용에서 사이슈 씨가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의 생기 빠진
눈동자’라는 표현이다. 사이슈 씨 자신도 피폐화된 복지 현장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사이슈 씨는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저임금에 짓눌려왔다. 그것에 대한 분노는 직원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라고 경종을
울린다. “직원을 ‘생기 있는 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의 복지행정에 반성과 개혁이 없는 한, 사건은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이슈 사토루 (最首悟)
도쿄대 교양학부 조교 재직 시 도쿄대투쟁에서 ‘조교공투회의(助手共闘会議)’결성에 참여.
조교로 27년 일했다. 그 후, 와코대 교수 등 역임. 미나마타병의 ‘시라누이해 종합학술조사단’의 제2차 조사에서 단장. 생물학, 철학,
사회사상 등 폭넓은 분야에서 발언해왔다. 저서로는 「반생(半生)의 사상」 「세이코가 있다」 등. 후쿠시마 현 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