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의 목을 조여왔던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26일 기초생활급여 중 주거∙의료∙생계 급여의 수급 기준 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우선 부양의무자 정의 조항(현행 제2조 제5호)이 삭제되며, 생계급여, 교육급여, 의료급여의 수급 기준 중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한 내용도 삭제된다. 부양의무자에 대한 사후 비용 징수 조항 역시 삭제되었다. 신설되는 조항은 수급자격 판단을 위한 소득, 재산 등의 정보를 조사할 때 부양의무자에 대하여는 조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사람들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절망감에 죽음을 선택하는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이제는 비극의 되풀이를 막아야 할 때”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화문에서 4년째 부양의무제, 장애 등급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을 해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함께했다.
박경석 공동행동 상임대표는 “오늘은 광화문 농성이 시작된 지 4년 하고도 5일째 되는 날”이라며 “오랜 염원이 꼭 결실을 맺기 바란다”며 개정안 발의를 환영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할 때마다, 국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며 거절해왔다. 그러나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가족과 개인에게 정부의 책임, 즉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야말로 도덕적 해이”라고 꼬집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장애인 자립생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되었다. 황인현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시설에서 거주하다 지난 2014년에 탈시설을 했다. 그는 탈시설을 하기 위해서 서울시 자립생활주택 입주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그가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자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황 씨는 “내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한 것은 이미 연로하셔서 두 분 살기도 빠듯한 부모님께 농사짓는 작은 땅이 있기 때문이었다”라며 “나를 실질적으로 부양할 수 없는 부모님의 재산 때문에, 나는 자립의 기회마저 박탈당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공동행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대폭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임기를 1년여 남긴 지금도 그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며 “이번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전체가 힘을 모아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