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사건을 자극적으로 취재·보도하는 언론에 장애계가 일침을 가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는 최근 “수사기관에서 피해 장애인 가족이 거주하는 위치를 노출시키고, 수사받으러 온 피해 장애인의 실명을 그대로 불러
대기하던 기자들이 피해자를 알아보고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피해 장애인의 집과 마을에 기자들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집 밖으로
나올 때마다 촬영하는가 하면 급기야 피해 장애인의 회복을 위한 임시 거주처를 알아낸 후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와서 촬영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기사에 학대 내용, 피해 장애인의 가족관계, 가족의 거주지역, 피해장애인의 모습이나 발언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등
자극적 표현이 잇따르며,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 역시 보도자료 배포 시, 해당 ‘읍’까지 공개하여 피해 장애인의 보호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을 보면, 장애인을 인터뷰하거나 언론에 노출할 경우 반드시 당사자 입장을 고려하며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범죄사건에서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는 하지 않으며, 범죄 피해자나 제보자, 고소·고발인의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준칙이 장애인 학대사건 보도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센터는 꼬집었다.
센터 측은 “범죄 피해자는 대중의
흥미를 끌 자극적인 방송 소재가 아니라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집단”이라면서 “매일 뉴스에 일상이 방송되는 것은 당사자의 회복과 사회복귀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과거 센터는 이로 인해 피해 장애인의 소재가 노출되어 가해자가 찾아와 협박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피해를 당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센터는 아동학대범죄나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사생활에 관한 공개·누설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받는 것처럼, ‘장애인복지법’ 개정이나 ‘장애인학대범죄 및 학대피해장애인의 보호’에 관한 법 제정을 통해 법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