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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국감에 또 등장한 ‘부정수급’, 기초생활수급자는 정말 파렴치한가? 조회수 13,06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0.14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정수급, 국감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다. 금 의원은 지난 11일, 기초생활보장비 부정수급 규모가 5년간 5만 건, 500억 원에 달할 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해외 출국도 27만 건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부정수급은 2015년에 1만 5478건, 146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태섭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그런데 왜 이런 보도자료를 내게 된 걸까? 정작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 담당 보좌관에 따르면, 법에서 규정한 기간 이상으로 해외에서 머무르게 된 때에도 각종 복지수당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어 법무부 산하 출입국 관리소에서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 금태섭 의원은 지난 3일엔 국민연금 부당수급에 관한 보도자료를, 5일엔 해외체류 아동의 양육수당 부당지급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다. 국민연금, 양육수당, 기초생활수급 등 각종 복지수당에 관한 자료를 복지부에 요청했고, 각기 다른 날에 이에 대한 보도자료로 낸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지침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비의 경우 최근 6개월을 통산하여 해외 체류 기간이 90일 넘으면 수급 중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작 보도자료엔 법에서 규정한 90일 이상 해외 체류한 사람은 몇 명이고, 금액은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다. 부정수급과 환수 현황, 해외 출국 현황만이 적혀있을 뿐이다. 11일에 배포한 보도자료만을 봤을 땐, 애초 복지부에 자료 요청한 금태섭 의원의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보도자료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국토교통부 간 유기적 협조를 통해 부정수급 발생을 최소화하고, 부정수급 관리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저소득층 지원 확대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금태섭 의원의 ‘주문’으로 끝난다.
 

부정수급 발생을 최소화하여 저소득층 지원 확대에 사용하자, 는 주장에 이의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정말 설득력을 얻으려면 ‘줄일만한’ 부정수급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제1호 과제’로 복지 부정수급 근절을 꼽고, ‘정부 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출범시켰다. 이듬해 1월, 이 센터는 복지 부정수급액 100억 원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중 기초생활비 부정수급은 13건으로 금액은 7천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사무장 병원 요양급여 부정수급은 72억 원에 달했고, 사회적 기업 보조금 편취가 11억1000만 원,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편취가 3억3000만 원이었다.
 

2014년 국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도 ‘기초생활수급자 부정수급 논란이 과장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부정수급 평균액은 97만 원에 불과하며, 그 사례도 대부분 일용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부양의무자의 재산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부정수급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차량 소유에 대해서도 명의도용으로 발생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김성주 의원은 “복지의 기본인 공적 부조제도가 예산 낭비로, 국민에게 피해 주는 제도로 왜곡되어 복지국가의 길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제도를 운용하든 일정 부분 누수는 생길 수밖에 없으니, 한정된 예산을 잘 쓰기 위한 관리·감독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감시가 ‘평등’하지 않으며, 유독 빈곤한 이들에 대해서만 엄격한 칼날을 들이댄다는 것이다.  

부정수급이라는 단어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과 묶여 자주 사용된다. 부정수급이라는 단어를 문장으로 풀면 ‘나는 옳지 못한 방법(부정)으로 수급비를 받고 있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것들이 ‘부정수급’ 카테고리에 묶이는가? 행정기관의 오류로 과지급되는 것도 부정수급에 포함된다. 1인 가구 기준 한 달 생계급여는 올해 47만 1201원. 가난한 이들 대부분이 월세에 산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월세 빼고 20만 원가량으로 한 달 생계를 꾸려야 한다. 도저히 살 수 없어 ‘몰래’ 하루 이틀 일하고 나서 주민센터에 소득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것도 부정수급이다. 가족한테 주기적으로 받는 용돈이 1만 원이라도 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부정수급이다. 신고하면 발생한 ‘소득’만큼 수급비에서 삭감되니, 수급자들은 신고하지 않게 된다. 즉, 수급자는 오천 원이라도 과지급된 수급비가 있다면 곧바로 자진신고할 수 있어야 하며, 일할 수도 없고, 용돈 줄 가족도 없어야 한다.
 

과지급 된 금액은 대개의 경우,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부터 삭감된다. 금액이 높으면 몇 달,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분할 삭감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복지부가 말하는 ‘환수 조치’다. 만약 생계비에서조차 깎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이여서 환수가 어렵다면, 통계상 ‘미환수’ 영역에 포함된다. 이런 속사정을 모른 채, 높은 미환수율을 마주한다면 수급자의 부도덕함을 탓하게 될 것이다.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이 받아놓고 뱉어내지 않는다니, 하며 말이다.
 

부정수급이란 단어는 행정상 오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수급자에게 돌린다. 사회적으로 ‘적발’해야 하는 범죄로 만드는 거다. 그것은 수급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으로 돌아온다. 이 공적 제도는 국민이 가난할 때 언제든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권리’로 쓰여야 하는데, 현재는 수급비를 받을 만큼 가난한지에 대한 순결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도덕적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동하고 있다.

‘복지국가’를 천명한 박근혜 정부는 ‘부정수급자 적발’을 실적으로 홍보하고, 수급자에겐 자신이 부정수급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그래서 수급자가 감히 해외여행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실제 지난 2014년 국감에서 ‘5년간 해외 다녀온 수급자가 54만 명이나 된다’는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의 보도자료로 수급자의 해외 출국이 문제가 된 바 있다.) 현실적으로 ‘부정’한 방법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해외엔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 어떤 법에도 수급자의 출국을 금지하고 있지 않음에도 사람들(비수급자)의 ‘정서’가 이를 허락지 않을 뿐이다.
 

제도는 가난에 대한 도덕적 순결을 요구하면서 수급자를 주눅 들게 하고, 세금 내는 이들은 ‘내 세금이 해외여행에 쓰이다니’ 용서할 수 없게 된다. 가난은 낙인이 되고, 가난한 이들은 도덕적 심판대에 오른다. 그렇게 위계는 만들어진다. ‘부정수급 색출’이라는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온 국민이 이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결과, 불과 1년 새 장애인, 노인, 저소득 등 취약계층 예산이 3분의 1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수급 색출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동안 정작 복지 영역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다. 국회의원이라면 정부가 던져놓은 그물에 걸려 헤맬 것이 아니라, 그 그물이 어디서 왔는지 묻고 행간의 맥락을 읽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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