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참여한 장애인단체 활동가에게 검찰이 이례적으로 과중한 형량의 구형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계 내에서는 당국의 장애인운동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양유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에게 징역 4년의 형을 구형했다. 형의 대상이 된 사건은 모두
2014년에 있었던 집회 관련 건으로, △5월 1일 노동절 집회 △6월 5일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황에서 호흡기가 빠져 사망한 근육장애인 故오지석
씨의 장례식 및 추모집회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 꽃동네 방문 반대 명동성당 앞 기자회견 등 총 세 건이다.
죄목 또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일반교통방해, 모욕죄 등 다양하다. 특히 검찰은 양유진 활동가가 6월 5일
故오지석 씨 장례식에서 고인의 관을 내려 분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을 폭행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집회 상황을 정리해보면, 참가자들이 故오지석 씨의 관을 집회장소에 내려놓으려 하자 경찰이 강제로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경 4-5명이 양유진 활동가를 둘러싸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했고, 양 활동가는 자신의 몸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 과정에서 양 활동가가 “경찰관 ○○○의 근무복 상의를 잡고 밀어 넘어뜨리고, 그녀가 다리
부위의 고통을 호소하며 비켜달라고 요청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5분여간 ○○○의 왼쪽 무릎과 다리를 누르고 앉아 발길질을 하고 ○○○의 멱살과
팔을 붙잡아 흔들었다”고 적혀있다.
양 활동가는 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을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이 나온 결정적 이유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나는
경찰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경찰을 폭행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증거자료인 경찰의 체증 영상을 봐도 내가 주저앉는
자세로 경찰들에게 팔이 붙들린 채 끌려가고 있었는데, 내가 유도선수도 아니고 무슨 힘으로 그 사람들을 넘어뜨려 폭행을 한다는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양 활동가는 “경찰은 내가 5분간 무릎과 다리를 누르고 앉았다고 하는데, 체증 영상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전체가 고작 2-3분에
불과하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이런 주장을 다 했는데도 검찰은 경찰의 주장만을 받아서 공소장을 작성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2014년 6월 5일 집회 당일 비마이너 기사에 따르면, “경찰이 참가자들을 행진 대오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에 밀려 넘어진 뒤 경찰 군화에 머리를 밟혀 고통을 호소해 백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고 나오지만, 이후 이 참가자를 밀고 머리를 밟은 경찰에
대한 처벌은 지금까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반대하는 명동성당 앞 기자회견에 대해 양유진 활동가에게 경찰 ‘모욕죄’를 적용한 것을
두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경찰이 최근 단순한 기자회견에서도 과도하게 체증을 해 참가자를 자극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온 욕설을 문제 삼아 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은 경찰을 마치 상전 대하듯 하라는 얘기 같다”라고 지적했다.
양유진 활동가 또한 당시 경찰이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과도하게 체증하자 이에 항의해 피켓으로 카메라를 가리는 과정에서 경찰과 말다툼이
있었다고 밝혔다.
양유진 활동가는 “검찰의 이번 구형을 보면 사실상 장애인단체가 앞으로 집회·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집회·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고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것인데, 공권력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형량으로 우리를
길들이려 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는 24일 낮 12시까지 양유진 활동가의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탄원서 서명하기:
https://goo.gl/forms/fK9vGKPYe9KSkYZF3).
이들은 2006년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시설을 운영하던 목사가 장애인을 폭행 및 성폭행 해 8명의 장애인을 사망케 한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던 사건을 거론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 활동가에게 이와 같은 형량을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양유진 활동가의 1심 선고 기일은 오는 28일 10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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