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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모든 것을 시장에? 복지부, 이용자-활동보조인 ‘1:1 직접계약’ 카드 꺼냈다 조회수 11,65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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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 간에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1:1 직접계약하는 방안을 제안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복지부 제안은 지난 10일, 세종시에서 열린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개선 자문단회의’에서 나왔다. 이 회의는 분기마다 진행되는 것으로, 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학계, 장애계, 활동지원기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 등이 참여해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다.
 

당시 참여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장애인 이용자-활동보조인이 1:1로 직접 계약하면 중개기관 몫의 수수료를 활동보조인 임금으로 모두 줄 수 있다’는 직접계약 형태의 안을 깜짝 제안했다. 참여자들은 이와 관련해 복지부가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없이 당일 안건으로 들고 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선택적 맞춤형 서비스’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이러한 제안을 한 이유엔 점점 증가하는 활동보조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 즉, 어떻게든 수수료를 절감해 예산 확보 부담을 줄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복지부는 현재의 중개기관 형태가 아닌 이용자-활동보조인 매칭 등 최소한의 행정적 업무만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중개기관 출연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개기관은 최소한의 업무만을 맡기에 현재 몫보다는 적은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렇게 되면 현재 중개기관이 자체 비용으로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보수교육도 활동보조인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부담으로 받게 된다. 현재도 문제시되는 활동보조인의 질 관리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생긴다. 복지부는 이러한 직접계약을 현재 고용 형태와 병행하여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활동보조 수가에서 25%를 중개기관 수수료로, 나머지 75%를 활동보조인 임금으로 배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의 경우, 활동지원 수가 9000원 중 활동보조인 임금은 시간당 6800원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장애계와 활동지원기관, 활보노조는 정부에 지속해서 수가 인상을 촉구해왔지만 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동결하거나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제까지 버텨왔다. 그 결과,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임에도 그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그 책임은 중개기관이 떠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 제안은 언뜻 보기에 활동보조인의 저임금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 중 다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활동보조인 양자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활동보조인과의 관계 갈등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그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활동보조인 입장에선 1:1 직접계약 시 개인사업자가 되기에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해 심각한 노동권 침해가 우려된다. 사실상 중재자 역할을 했던 중개기관이 사라지면서, 이용자-활동보조인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 문제를 제도적 문제로 제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 1:1 직접계약, 제도 개선은커녕 ‘정부가 손 떼겠다는 것’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고미숙 활보노조 사무국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예산 절감만을 고민하며 도입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고 사무국장은 “지금은 이용자-활동보조인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중개기관이나 지자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1:1 직접계약하면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때 활동보조인은 해고되면 끝이다. 결국 국가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고 사무국장은 “현재 제도도 누더기 상태인데 더 좋은 제도를 만들려고 고민해야지 이런 식의 제도 도입은 절대 안 된다”면서 “복지부는 병행한다고 하나 결국 자기네들이 유도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이러한 방침이 활동보조서비스의 제도 목적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 정책국장은 “이는 장애인이 사업주가 되는 거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돈 관리 등 행정관리가 어려워 결국 중개기관이 붙어야 할 텐데 이들(복지부가 제시한 새로운 중개기관)이 갈등 중재를 해주는 건 아니다. 고소, 고발 등의 일도 벌어질 수 있다.”면서 “현실성도 없고 장애인에게 피해만 주는 제도를 예산 핑계로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중개기관에 대해 조윤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사무국장도 우려를 표했다.
 

조 사무국장은 “이는 또 다른 제공기관을 만들겠다는 건데 지금의 중개기관을 다 죽이는 방식”이라면서 “이 또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형태에 처하게 돼 동일한 갈등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지금은 장애인 자립생활을 보장하자는 제도 출발점과는 많이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용자 중심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정희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장에 따르면 이러한 직접계약 방식은 현재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토양이 다르기에 신중하게 검토한 뒤 당사자 의견 수렴 후 진행해야 한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영국의 경우, 정부에서 품질관리·감독기구인 CQC가 2년에 한 번씩 세부적으로 현장 점검하며, 이들이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기관이 운영된다. 이를 통해 활동보조인의 질이 엄격하게 관리 된다.”면서 “영국은 그러한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한국엔 그런 제도 자체가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노임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도 “장애인 이용자-중개기관-활동보조인 세 당사자에게 모두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에 대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박성배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자문단은 제도개선을 위해 자문을 구하는 자리니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 2월경 시범사업 등을 기획했으나 참여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은 3년 이상 장기계약한 이용자-활동보조인을 상대로 장단점을 검토하는 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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