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돼야한다."

3일 오후 3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개최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결의대회'는 이 같은 목소리로 가득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수급자를 가려내기 위한 장치다. 신청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적더라도 부양의무자(배우자, 부모 1촌 직계 혈족인 자녀 등)에게 일정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탈락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9월 부산의 기초생활수급자 아버지가 딸이 취직하면서 소득이 발생, 수급권자에서 탈락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지 못한 빈곤층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들이 간간히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는 부양의무자 기준폐지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지난 2월 24일에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들장애인야학 김명학 활동가는 "장애인들이 광화문지하 보도에서 수년간 농성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삶을 옥죄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지 모른다"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더 이상 사람이 죽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피스행동 요지 활동가는 "나는 어릴적부터 뇌경색, 당뇨 등 질환을 앓아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희귀난치성질환인 모야모야병까지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님과 살고 있다"고 말한 뒤 “생활이 어렵다보니 동사무소에 가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친형이 소득이 있고 부모님이 재산이 있어 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는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가는 나를 수급권자가 될 수 없도록 했다. 무슨 법이 이따위냐 정말 기분이 거지같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은별 사무국장은 "25년 평생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오다가 최근 수급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국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나를 부양의무자로 정하고 월급에서 최저생계비가 넘는 금액의 15%를 부양비로 뜯어간 것이다. 지금은 사회초년생이어서 15%이지만 3년이 지나면 30% 가량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사무국장은 또한 "통장기록을 보고 잔액을 조회하고 끊임없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 국가에게서 벗어나려하니까 이제는 (부양의무자로서) 가족을 책임지라고 한다. 이제 서야 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거운 짐을 준 국가가 싫다"면서 "이제껏 국가가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엄마와 동생 모두 걱정 없게 살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결의대회를 마친 후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을 하며 시민들을 향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해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