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급여 지원 대상자의 개인신용정보를 보건복지부가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아래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이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신설된 제12조(자료 또는
정보의 처리 등) 1항 6호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판단한 사람의 개인신용정보 중 연체정보(대출금, 신용카드대금)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처리엔 열람, 활용 등의 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법안 발의 배경으로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신용정보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는 오남용될 우려가 있다. 이를 의식해 복지부 역시
24조 3항에 ‘보장기관의 장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사회보장정보를 이 법에서 정한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도 이를 우려하며 ‘본인 동의 절차 규정을 삽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3일
열린 제4차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이런 데(공익목적 사업) 사용하기 위해서 본인의 동의를, 미리 사전에
받을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 자료(개인 신용 정보)를 활용할 때는 본인한테 알려주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개인신용정보 이용에 동의를 얻을 대상자는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2일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부양의무자기준폐지행동(아래 폐지행동)'은 당일 즉시 성명을 내고 "빈곤 사각지대를 '팔아먹어' 개인정보를 파괴한 법안 통과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이는 개인정보에 대한 기본 규율과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법안일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메가톤급 정보를 보유한 복지부
데이터의 위험을 높인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 발생 이유는 개인정보수집 부족 때문이 아니라 높은 수급 기준 때문이라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것’이라는 복지부의 설명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해왔다. (관련 기사 :
복지대상자는 개인신용정보 보호받을 권리도 없나)
폐지행동은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국회 역시
"감시 의무를 저버렸다"면서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에 대해 이의조차 제출하지 않았고,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매우 일부
의원만이 반대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폐지행동은 "신용집중기관의 정보가 안전행정부, 경찰청, 심지어 국정원 같은 곳을
넘나들며 사용될 때 이번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본인 동의절차라는 개인정보의 기본에 균열을 가한 이번 개정안은
지금이라도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