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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 ‘장애인 편의시설 15평 이상만 의무 설치’ 개악안 밀어붙이는 복지부 조회수 84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7.21

입법의견 1500여건 중 1000여건이 반대, 반대 서명에 1802명 동참
반대 의견 대부분 ‘면적기준 폐지한 개정안 나와야’ 강조 
복지부, “이번 개정안은 면적기준 완화, 면적기준 폐지는 나중 일”
장애계 “복지부, 민주주의 의견수렴 절차를 짓밟은 것” 분노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그러나 복지부는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장애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6월 복지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이 300㎡(약 90평) 이상이었던 곳은 50㎡(약 15평)로, 의원·치과·한의원·산후조리원 등은 100㎡(약 30평) 이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별의 근거가 되는 면적기준은 그대로 둔 채, 기준만 다소 완화한 것이다. 완화된 면적기준도 법 시행인 2022년부터 신축·개축·증축 시설에만 적용된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부터 신축증축 50㎡(약 15평) 이상일 경우 장애인 등 편의시설을 갖추는 내용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 캡처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부터 신축증축 50㎡(약 15평) 이상일 경우 장애인 등 편의시설을 갖추는 내용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 캡처

 

장애계는 반발했다. 그동안 ‘면적기준’ 자체가 장애인출입금지 지역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기준을 없애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장애인권단체와 공익변호사들은 ‘생활편의시설에서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대한 거센 반대는 입법예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추련에 따르면 19일까지 접수된 입법의견 1500여건 중 1000여 건이 입법반대다. 대부분 ‘완화된 면적기준이 아닌, 면적기준 자체를 없애는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머지 500건 중 420건은 비공개 의견으로 공개된 찬성 의견은 80건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장추련 등 8개 장애인인권단체가 주도한 개정안 반대 서명에도 1802명이 동참했다.

 

개정안에 대한 거센 반대는 입법예고에 관한 의견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추련에 따르면 19일까지 접수된 입법의견 1500여건 중 1000여 건이 입법반대다. 사진 국민참여입법센터 캡처개정안에 대한 거센 반대는 입법예고에 관한 의견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추련에 따르면 19일까지 접수된 입법의견 1500여건 중 1000여 건이 입법반대다. 사진 국민참여입법센터 캡처
반대 의견은 대부분 ‘완화된 면적기준이 아닌, 면적기준 자체를 없애는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국민참여입법센터 캡처반대 의견은 대부분 ‘완화된 면적기준이 아닌, 면적기준 자체를 없애는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국민참여입법센터 캡처

 

그동안 정부는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면적기준을 없애라는 권고를 받았다. 지난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건물의 크기, 규격, 준공일 등에 관계없이 접근성 표준을 모든 공중이용시설에 적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도 복지부에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접근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책권고 했다. 편의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 인적서비스제공 등 대안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복지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국내외 권고를 받아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영국, 독일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별도의 면적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장추련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복지부는 유엔장애인인권리위원회 권고 7년 만에, 인권위 정책권고 3년 만에,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장애인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입법예고했다”라며 “장추련 등 장애인권단체를 언급하며, 의견수렴을 한 것처럼 제시하지만 면적기준 완화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추련은 지난 4월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 토론회에서도 면적기준을 유지하는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장추련 등 7개 장애인권단체는 7월 9일,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안 입법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장추련 등 7개 장애인권단체는 7월 9일,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안 입법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이처럼 거센 반대에도 복지부는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용수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서기관은 “개정안을 입법철회 하라는 것은 300㎡ 기준을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없는 면적기준 폐지를 개정안에 반영하기는 힘들다”라며 “50㎡로 면적기준을 완화한 것도 규제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할 수 있다.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번 개정안 시행 후 면적기준 폐지를 단계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복지부는 입법예고가 끝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반대 의견을 고려하기는커녕 차별적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데 경악한다. 이는 민주주의 의견수렴 절차를 짓밟은 것이다”라며 “장애인등편의법은 비단 장애인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가 담긴 법이다. 행정절차상 장애인과 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복지부는 사과하고, 개정안을 자진철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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