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이용 장애인 부모단체, ‘탈시설 반대’ 집회 열어
부모연대, “국가가 책무 방기해 부모들끼리 반목 조장”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구축’ 탈시설 정책 촉구
부모연대가 4월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을 상징하는 파란색 스카프를 매고서 정부에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가 탈시설에 반대하는 발달장애자녀의 부모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며, 정부에 진정한 탈시설 정책을 촉구했다.
오는 8월 2일, 정부의 탈시설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거주시설이용자 부모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뒤이어 26일에는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아래 이용자부모회)가 세종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앞에서 상복을 입고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복지부에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부모연대는 27일 ‘발달장애자녀의 권리를 위해 반목을 넘어 연대로’라는 성명을 내고, 이용자부모회에 지역사회에서 함께 투쟁하자며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부모연대는 우선 발달장애자녀를 거주시설에 보낸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목소리 내고 단체를 구성한 것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과연 부모들이 피눈물 흘리며 강력히 호소하는 것이 발달장애자녀가 생활하는 거주시설을 폐쇄하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탈시설’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만약 지역사회에 하루 최대 24시간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었다면 부모는 자신의 소중한 자녀를 시설에 보냈을까”라며 “부모들의 절박한 요구는 결코 ‘거주시설 존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거주시설로 보내게 되는 이유는 정부가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약간의 신규 서비스가 도입되거나 기존 서비스가 조금 확대되었을 뿐, 여전히 지원의 대부분 책임은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부모연대는 “국가가 책임지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면 부모는 자녀보다 하루 더 살기를, 자녀가 생활하는 거주시설이 폐쇄되지 않기를 소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정부가 진정한 탈시설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를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모는 것도 모자라, 부모들끼리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게 조장한다”며 정부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부모연대는 “노심초사하며 탈시설 반대를 울부짖는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 그리고 뜻을 같이하고 있는 부모들께 간곡히 호소한다. 거주시설 존폐 문제를 넘어, 우리의 소중한 발달장애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이가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