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미만=장애인출입금지구역’ 개악안에 복지부 찾아간 장애인들
“면적기준으로 편의시설 제한하는 나라,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
15평 미만을 ‘장애인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려는 보건복지부의 행태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세종시를 찾았다. 보건복지부 간판 아래에 “장애인의 자유로운 공간이동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허현덕
15평 미만을 ‘장애인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려는 보건복지부의 행태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세종시를 찾았다. 한낮의 온도가 35도에 치달았지만, 장애인들은 뜨겁게 달궈진 보건복지부 담벼락에 “장애인의 자유로운 공간이동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표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의견서를 받았다. 개정안은 현행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을 300m²(약 90평) 이상에서 50m²(약 15평) 이상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크게 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차별의 근거가 되는 바닥 면적 기준은 여전히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개정안은 2022년부터 신축·증축·개축하는 건물에만 해당한다. 즉, 개정안이 통과돼도 장애인은 편의시설이 없어 이제까지 들어갈 수 없던 건물엔 여전히 못 들어가고, 새로 지어지는 15평 미만 건물에도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장애계의 반대는 거셌다. 개정안 입법예고기간에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1000여 건의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온라인 이용이 어려운 1802명도 시행령에 반대한다고 별도로 서명했으며, 장애인단체 100여 곳이 면적제한기준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반대의견을 우편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입법예고가 끝난 다음 날인 20일, 복지부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면적기준 폐지는 반영하기 힘들다’면서 원안대로 갈 것임을 예고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접근권차별부’라고 꼬집으며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왜곡개정에 맞선 규탄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반대 의견에 대한 검토 한 번 하지 않은 채 전혀 반영할 의사가 없다는 것만 밝히고 있다”면서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외쳤다.
김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면서 ‘너희는 장애가 있으니 일부는 건물에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장애인은 정책의 수혜자니, 자기네가 만든 대로 그냥 가면 된다는 거다”라면서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두고 볼 수 없다.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면적기준으로 제한두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국이 유일하다. 전 세계 국가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은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상황이 어려워 보장하지 못하면 국가가 보조해주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편의시설을 설치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영유아 등 모두에게 편리한 공간이 된다”고 전했다.
강혜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