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성장률 4.7% 선진국? OECD 장애인 평균 예산도 못미처
전장연, 내년도 장애인 예산 총 7조 8천억 원 요구 “홍남기 장관 나와라”
28일 오후 3시, 전장연은 기재부 건물 앞에서 “나중은 없다! 2022년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하라”며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켓 옆으로 전동휠체어 바퀴가 보인다. 사진출처 전장연
장애인들이 전체 부처의 예산을 결정하는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를 직접 찾아가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예산을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8일 오후 3시, 기재부 건물 앞에서 “2022년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하라”며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기재부 앞에서 장애인 예산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전장연은 도담동에서 차별버스 BRT B1 버스를 막고 기재부 장관 면담 추진을 촉구한 결과, 기재부 복지안전예산심의관과 우선 면담을 하기로 약속받았다. 그러나 약속한 심의관이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되면서 기재부는 현재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대표는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면담을 모른 척 하는 건, 공무원 자격이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보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OECD 평균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행정은 그저 가진 자들에게 퍼주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28일 복지부 앞에서 기준중위소득 인상을 요구하는 민중생활보장위원회 기자회견을 마친 장애인들이 기재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 전장연, 내년도 장애인 생존권 예산 ‘7조 8천억 원’ 요구
이 자리에서 전장연은 ‘2022년 장애인예산 요구안’을 발표했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으로 올해(2조 5,315억 원)보다 약 5조 2,709억 원이 증가한 총 7조 8,024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부처별로는 △보건복지부 2조 4,326억 원(올해)→7조 4,437억 원(내년) △국토교통부 735억 원→3,024억 원 △고용노동부 29억 원→80억 원 △교육부 15억 원→193억 원 △문화체육관광부 210억 원→287억 원이다.
장애인연금의 경우, 지급 대상을 전체 등록장애인(소득기준 70% 이하)으로 확대하기 위해 올해 예산 8,290억 원에서 증가한 3조 9,303억 원을 요구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 전장연은 활동지원 인원, 시간, 단가 인상을 반영해 올해 예산 1조 5,069억 원보다 확대된 2조 5,900억 원을 요구했다. 나아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의 보편적 시행을 위해 2,598억 원을 요구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의 경우, 탈시설지원센터의 확대 및 주거서비스 제공사업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예산 2억 6,900만 원보다 증가한 338억 원을 요구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긴급현상수배’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바닥에 놓여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 한국이 선진국? OECD 평균 장애인 예산도 보장 안 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체감하는 생존의 위협과는 달리, 최근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7일,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IMF가 전망한 한국 경제성장률이 4.7%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경기회복 속도의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을 크게 상향조정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올해에는 주요 선진국 대비 빠르게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보았다. 이와 더불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는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복지지출 규모는 GDP 대비 0.6%로, OECD 가입국 평균(1.9%)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최근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로 예산이 부족하다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예산을 아끼고 있다.
이영봉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이영봉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얼마 전 한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나라 선진국 장애인 예산이 이렇게 저조한가”라며 “활동지원 예산도 결국 장애인이 죽으니까 나오게 됐다. 언제까지 잘사는 사람들만 더 잘살게 되나. 우리는 10년, 20년 뒤에도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다”라고 울부짖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뉴스에서는 가장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고 있다. 생활고를 이유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이 계속 들리고 있다. 불평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성장했다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소식에 치가 떨렸다”라고 분노했다.
매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도 최종 결정은 사실상 기재부가 하고 있다. 정 활동가는 “작년 중생보위에 참여한 위원이 말하길, 아무리 다수 위원 의견으로 기준중위소득안이 올라와도, 현실과는 다른 기재부가 제시하는 안으로 결정되어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라며 “중생보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정부 부처를 만나도 늘 기재부를 이유로 예산반영이 어렵다고 한다. 지금 기재부는 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장연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재부 사무관에게 직접 예산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면담 여부는 확답받지 못했다.
한 활동가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2022년 장애인생존권 예산 요구안’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 전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