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이 지났음에도 정부가 활동지원 시간 삭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후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격 갱신 장애인 17.4%(7662명)가 서비스 시간이 하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동안 기존 수급시간을 보전해주는 산정특례가 끝나는 2022년 7월 이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종합조사’ 수급갱신자 17.4% 활동지원 서비스 깎여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활동지원 기존 수급자 월 한도액 산정특례 현황 세부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수급자격 갱신신청한 4만 4071명의 기존수급자 중 급여시간 감소자는 7185명(16.3%)이다. 탈락자도 477명(1.1%)에 이르고 있다.
월 391시간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 12명은 월 150시간으로 변경되어 가장 큰 시간 감소 폭을 보였다. 활동지원 시간이 하루 13시간에서 하루 5시간으로 깎이는 것이다.
지난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와 함께 장애인활동지원 판정체계가 ‘인정조사’에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로 바뀌었다. 현재 종합조사표는 총 596점을 만점으로, 신체적·정신적 장애정도에 따라 점수가 배점되게끔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종합조사표가 지체장애/시·청각장애/정신적장애 등 장애유형에 따라 점수를 기계적으로 나눠놓아, 중복장애인이 아닌 한 받을 수 없는 항목의 점수가 존재한다.
이는 복지부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서비스 하락이 두드러진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서비스 하락자의 50.4%(3865명), 전체 서비스 탈락자의 61.2%(292명)로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필요도가 높은 중증장애인과 독거장애인 등 취약한 환경에 놓인 장애인도 서비스가 대폭 하락했다. 하락자 중 인정조사 1·2등급이었던 장애인이 75%(5748명)였고, 독거·취약가구 환경 장애인은 25.3%(1,936명)로 나타났다.
이에 복지부는 고시에 기존 시간보다 감소하는 경우, 3년에 한해 기존 시간을 보전해주는 ‘산정특례’를 만들어 적용해왔다. 문제는 3년 이후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 활동지원을 계속 이용하려면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급여량이 하락하더라도 더 이상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고 무책임으로 일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장혜영 의원 “존엄한 삶 위해 활동지원 24시간 보장해야”
이 문제는 1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정의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논의됐다.
사지마비 뇌성마비 장애인 서기현 씨는 종합조사를 받은 후 활동지원서비스가 440시간에서 110시간이 삭감됐다.
서 씨는 “하루에 약 4시간 정도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었다. 4시간이면 하루 3끼 중 1끼를 챙겨 먹지 못하는 시간이다. 산정특례 기간(3년)이 지나 재판정을 받아도 종합조사가 개선되지 않는 한, 활동지원 시간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은 인권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점수 몇 점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정부를 향해 성토했다.
장혜영 의원은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 중 절반에 가까운, 45.1%에 달한다. ‘수요자 중심 맞춤형 지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우선 산정특례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종합조사 개편을 시행해야 한다”라며 “모든 장애인이 하루 24시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지금 장애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장애인복지법’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