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6일,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이 세종대왕상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고 적힌 저울에 달린 밧줄에 목을 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지난해 8월 6일,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이 세종대왕상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고 적힌 저울에 달린 밧줄에 목을 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이 지났음에도 정부가 활동지원 시간 삭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후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격 갱신 장애인 17.4%(7662명)가 서비스 시간이 하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동안 기존 수급시간을 보전해주는 산정특례가 끝나는 2022년 7월 이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종합조사’ 수급갱신자 17.4% 활동지원 서비스 깎여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활동지원 기존 수급자 월 한도액 산정특례 현황 세부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수급자격 갱신신청한 4만 4071명의 기존수급자 중 급여시간 감소자는 7185명(16.3%)이다. 탈락자도 477명(1.1%)에 이르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수급자격 갱신신청한 4만 4071명의 기존수급자 중 급여시간 감소자는 16.3%(7185명)이다. 탈락자도 1.1%(477명)에 이르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수급자격 갱신신청한 4만 4071명의 기존수급자 중 급여시간 감소자는 16.3%(7185명)이다. 탈락자도 1.1%(477명)에 이르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월 391시간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 12명은 월 150시간으로 변경되어 가장 큰 시간 감소 폭을 보였다. 활동지원 시간이 하루 13시간에서 하루 5시간으로 깎이는 것이다.   

지난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와 함께 장애인활동지원 판정체계가 ‘인정조사’에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로 바뀌었다. 현재 종합조사표는 총 596점을 만점으로, 신체적·정신적 장애정도에 따라 점수가 배점되게끔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종합조사표가 지체장애/시·청각장애/정신적장애 등 장애유형에 따라 점수를 기계적으로 나눠놓아, 중복장애인이 아닌 한 받을 수 없는 항목의 점수가 존재한다.

이는 복지부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서비스 하락이 두드러진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서비스 하락자의 50.4%(3865명), 전체 서비스 탈락자의 61.2%(292명)로 나타나고 있다.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서비스 하락이 두드러진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서비스 하락자의 50.4%(3865명), 전체 서비스 탈락자의 61.2%(292명)로 나타나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서비스 하락이 두드러진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서비스 하락자의 50.4%(3865명), 전체 서비스 탈락자의 61.2%(292명)로 나타나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서비스 필요도가 높은 중증장애인과 독거장애인 등 취약한 환경에 놓인 장애인도 서비스가 대폭 하락했다. 하락자 중 인정조사 1·2등급이었던 장애인이 75%(5748명)였고, 독거·취약가구 환경 장애인은 25.3%(1,936명)로 나타났다. 

이에 복지부는 고시에 기존 시간보다 감소하는 경우, 3년에 한해 기존 시간을 보전해주는 ‘산정특례’를 만들어 적용해왔다. 문제는 3년 이후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 활동지원을 계속 이용하려면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급여량이 하락하더라도 더 이상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고 무책임으로 일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장혜영 의원 “존엄한 삶 위해 활동지원 24시간 보장해야”

이 문제는 1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정의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논의됐다.

사지마비 뇌성마비 장애인 서기현 씨는 종합조사를 받은 후 활동지원서비스가 440시간에서 110시간이 삭감됐다.   

서 씨는 “하루에 약 4시간 정도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었다. 4시간이면 하루 3끼 중 1끼를 챙겨 먹지 못하는 시간이다. 산정특례 기간(3년)이 지나 재판정을 받아도 종합조사가 개선되지 않는 한, 활동지원 시간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은 인권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점수 몇 점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정부를 향해 성토했다. 

1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정의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활동지원 산정특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1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정의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활동지원 산정특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혜영 의원은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 중 절반에 가까운, 45.1%에 달한다. ‘수요자 중심 맞춤형 지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우선 산정특례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종합조사 개편을 시행해야 한다”라며 “모든 장애인이 하루 24시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지금 장애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장애인복지법’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현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