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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에이블뉴스]남녀 장애인을 방문도 없이 한 집에 방치… 강북구 공동생활가정 조회수 1,05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15

서울 강북구 소재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인권침해 사각지대 드러나
2005년 설치 신고됐지만, 보조금 받지 않아 관리·감독 배제

지난 4일 H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모습. 버젓이 ‘○○○○○○○집’(시설 이름)과 ‘대한예수교장로회○○○교회’라는 나무 현판이 걸려 있었다. 공동생활가정 설치 기준에는 ‘간판이나 표찰을 붙이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지난 4일 H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모습. 버젓이 ‘○○○○○○○집’(시설 이름)과 ‘대한예수교장로회○○○교회’라는 나무 현판이 걸려 있었다. 공동생활가정 설치 기준에는 ‘간판이나 표찰을 붙이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서울 강북구의 H장애인공동생활가정(아래 H시설)에는 7명의 거주인이 남녀 구분 없이 25평 남짓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원 초과 공동생활가정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H시설의 실상은 매우 참담했다. 

- 25평 공간에 남녀 거주인 문도 없이 살아가는 공동생활가정

H시설은 지상 2층, 지하 1층 단독주택 건물 지하에 있으며, 방과 화장실에 문이 달려 있지 않은 환경에서 8명의 거주인(여성 3명, 남성 5명)이 살고 있었다. 사실상 1개의 커다란 공간인 셈이다. 당시 여성 거주인이 청소와 설거지를 도맡아서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주간활동 프로그램은 전무했으며, 저녁 식사 후에는 철저히 사회재활교사와 분리된 채로 지내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아래 권익옹호기관)의 현장조사를 통해서 더욱 자세히 밝혀졌다. 당시에는 1명이 퇴소해 거주인이 7명(여성 3명, 남성 4명)이 됐지만 4개의 방 중 여성 거주인 방과 화장실에만 문이 설치됐고, 나머지 방에는 여전히 문이 설치되지 않았다. 또한 거주인끼리 식사·목욕·약 복용 지원을 하고 있으며 남성 거주인이 여성 거주인의 목욕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현재 두 개의 방에서 여성·남성 거주인이 지내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 공동생활가정 ‘1개방 2인 이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4살 무렵 입소한 거주인은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지냈고, 이제는 성인이 됐다. 와상장애인은 몇 년째 바닥에 얇은 요 한 장에 의지해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누워만 있는 상황이다.

권익옹호기관은 “7명 중 의사소통이 가능한 거주인은 3명인데 이들은 자신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일부 거주인은 생활비를 본인이 내고 있음에도 그저 목사님이 종교의 힘으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라며 “다른 공동생활가정의 경우에는 보통 자부담이 30만 원 수준이지만, 여기는 더 부담하는 거주인도 있다. 일부는 수급비통장과 개별 통장 모두 사회재활교사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직접 찾아가 보니 버젓이 ‘○○○○○○○집’(H시설 이름)과 ‘대한예수교장로회○○○교회’라는 나무 현판이 걸려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복지지설 사업안내의 공동생활가정 설치 기준에는 ‘간판이나 표찰을 붙이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강북구청에서는 “지도점검 때마다 현판을 뗄 것을 권고했고, 이후에도 확인했지만 다시 붙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도록 가정생활, 사회생활 등의 자립생활 지원 추구’를 목표로 하지만, 해당 공동생활가정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역사회 접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동네 주민은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알고 있다. 교회라고는 하지만 외부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H시설 운영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심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취재 내용 보도를 거부했다.

H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한적한 주택 안에 있지만, 지역사회 접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동네 주민은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알고 있다. 교회라고는 하지만 외부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허현덕H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한적한 주택 안에 있지만, 지역사회 접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동네 주민은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알고 있다. 교회라고는 하지만 외부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허현덕

- 2005년 설치 신고됐지만, 보조금 받지 않아 관리·감독 배제

해당 시설은 2005년 7월에 신고됐다. 당시 미신고시설 양성화 대책 과정에서 거주시설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강북구청이 공동생활가정으로 허가를 내줬다. 공동생활가정이면서도 공동생활가정 인원을 초과하는 정원 10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시설 측은 최근 강북구청의 문제제기에 ‘처음부터 거주시설이 아닌 공동생활가정으로 허가를 내주고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라고 항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 정원 초과한 공동생활가정은 10곳이다. 정원이 초과한 공동생활가정이 있는 서울시 관할 구에서는 한결같이 ‘공동생활가정 정원이 4인으로 되기 전에 설치된 시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공동생활가정은 1990년대 무렵부터 정원이 4~5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는 정원이 4인이다. 그럼에도 2020년 복지부 장애인복지시설 일람 공동생활가정 지역별 목록에서 정원을 초과한 곳은 △경기 20곳 △서울 10곳 △경남 7곳 △충북 4곳 △충남 4곳 △대구 3곳 △제주 3곳 △강원 2곳 △전북 2곳 △경북 2곳 △부산 1곳 등 11개 시·도에 걸쳐 총 58곳에 달한다. 현원이 초과한 곳도 △경남 2곳 △광주 1곳 △경기 1곳 △강원 1곳이다.

H시설은 보조금을 받지 않음으로써 관리·감독도 받지 않았다. 이는 거주인들 삶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원인이 됐다.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거주인들에게 더 많은 이용료를 받고, 거주인들은 종사자를 대신해 서로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다. 강북구청은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아서 강력하게 관리·감독할 수 없었다”라며 “계속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9년 기준으로 서울시 내 공동생활가정 188곳 중 15곳이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의 관리·감독이나 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설 환경이나 운영이 개선될 여지도 없다. 그러나 시설 운영자는 H시설을 ‘집처럼’ 묘사했다. 엄연히 ‘거주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일정 기준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시설에서 거주인 분리 시급해”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이 정부의 지원과 관리·감독을 받는 것과 달리,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관리는 지자체의 몫이다. 복지부는 운영지침만 내리고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구체적 운영기준은 각 지자체가 가지고 있다 보니, 공동생활가정은 지원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

실제 서울시는 ‘관리·감독은 관할 구청의 몫’이라 떠밀고, 강북구는 문제시설 폐쇄와 탈시설에 관한 고민 없이 여전히 시설 환경 개선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각한 거주인 인권침해가 드러났음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10월 장애인학대 등을 이유로 강북구청에는 행정처분을 권고했고, 서울시에는 권고 이행 협조를 요청했다. 강북구청은 지난 12월에 한 차례 행정명령 사전통지서를 시설에 보냈으며, 올해 2월 중으로 2차 사전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차 사전통지서를 보낸 후 한 달가량의 개선기간을 두고 개선이 안 되었을 때는 ‘개선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권익옹호기관은 “행정명령 이후에야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 후, 거주인 7명을 시설에서 분리할 수 있다”라며 “현재 7명의 거주인을 위해 다른 공동생활가정과 피해장애인 쉼터 등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북구청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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