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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거주시설에서 36년 살았는데, 한국 국적 없어 ‘불법체류’? 조회수 65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14

중증 지적장애인, 체류 미등록 상태로 36년 동안 장애인거주시설 거주
시설입소 시 체류등록 지원 못 받아… 오랜 시설생활로 국적 취득 기회 없어
체류등록 하려니 ‘범칙금 3천만 원’ 부과… 범칙금 못 내면 강제퇴거
“장애로 인한 차별, 범칙금 면제하고 체류자격 부여해야” 인권위 진정

장애인거주시설에서 36년을 넘게 지낸 한 중중 지적장애인이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물게 됐다. 범칙금을 내지 못하면 불법체류로, 본국인 대만으로 강제퇴거될 위기에 처해 장애인권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장추련 등은 10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중증장애인 불법체류 범칙금 면제를 촉구하고 체류자격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제공 장추련 

시설입소 시 체류등록 지원 못 받아… 시설생활로 국적 취득 기회 없어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에 사는 중증 지적장애인 왕 아무개 씨(51세)는 한국 국적이 아니다. 왕 씨는 1970년 한국에서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과거 국적법의 부계혈통주의에 따라 한국 국적이 아닌, 중화민국(대만) 국적을 취득하게 됐다. 이때 체류자격(F-2 비자)은 취득하지 않았다. 

왕 씨의 어머니가 가출해, 고모가 양육을 대신 맡았다. 그러던 고모마저 정신질환으로 양육이 어려워져, 왕 씨는 15살에 인강원으로 입소하게 됐다. 도봉구청을 통해 입소하는 과정에서 왕 씨의 체류자격이나 체류 등록에 대한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미등록 상태로 51세가 될 때까지 시설에서 살게 됐다. 

왕 씨는 중증의 지적장애와 언어장애가 있어 자신의 국적이나 체류자격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스스로 자격을 신청하기도 힘들다. 연고자인 부모는 모두 사망했고, 다른 가족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체류자격 없어 생계 중단될 위기인데 행정기관들은 ‘떠넘기기’만 

인강원은 지난 2014년 시설 내 심각한 인권침해가 드러난 뒤 이사진 및 운영진이 새롭게 바뀌었고, 거주인의 탈시설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 시설폐쇄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체류자격이 없는 왕 씨는 탈시설 지원은커녕, ‘불법체류자’가 되어 대만으로 추방될 위기다. 

왕 씨는 현재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의료급여와 보장시설 수급 자격으로 생계급여를 일부 받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인강원 교사들의 후원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설에서 나온 뒤에는 체류 자격이 없어 그나마 받고 있던 지원마저 모두 중단된다. 같은 이유로 다른 시설로의 전원도 불가능하다. 

이에 인강원 직원들이 왕 씨의 가족, 가정법원, 출입국·외국인청 등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행정기관에서는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백지혜 인강원 생활재활교사는 “출입국사무소를 방문했더니, 외국인등록증이 없어 행정업무가 안 된다고 했다. 서울외국인청에서는 외국인등록증을 만들어줄 테니 여권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래서 여권을 발급받으려고 하니, 대만대표부에서는 여권을 만들려면 외국인등록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서로 떠넘기고 있어 상황이 해결될 수가 없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장추련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장추련

“장애로 인한 차별, 범칙금 면제하고 안정적 체류 보장해야” 인권위 진정

결국 지난 10일, 장애인단체와 변호사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 체류자격을 신청했다. 그러나 체류자격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려면 먼저 불법 체류기간에 대한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범칙금을 납부하더라도, 적법한 요건을 갖춰야만 귀화신청이 가능해 체류자격 취득도 불투명하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10일, 중증장애인 불법체류 범칙금 면제와 체류자격을 마련하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왕 씨의 법률지원인인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왕 씨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에서 생활했다. 대만 국적이지만 대만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그 나라 말을 익혀본 적도 없다. 범칙금 3천만 원을 내지 못하면 대만으로 강제퇴거 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로 인해 대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어렵다”라며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왕 씨의 사정을 고려해 범칙금 처분을 면제하고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는 방안 마련을 권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15살이었던 아이가 권리를 묵살당한 채 시설에서 36년을 살아야 했다. 외국 국적자에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상담조차 받기 어려웠다. 유연한 지원절차와 인권적인 부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으며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면서, 정작 36년의 세월을 빼앗은 정부의 책임은 왜 묻지 않는가? 이제라도 왕 씨가 어떠한 이유로도 배제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8조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국적 관련 서류 또는 기타 신분증명서류를 취득·소유 및 사용하거나 이주의 자유와 관련된 권리행사에 필요한 절차를 이용할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해당 조항을 강조하며 “왕 씨는 30여 년간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기회가 없었다. 범칙금을 내지 못하면 대만으로 가라는 조치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며, 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자. 사진제공 장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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