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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 코로나 확진 ‘사지마비 장애인’, 기저귀 찬 채 5일째 요양병원에 방치 조회수 59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8.06

사지마비 장애로 한 시간에 두세 차례 체위 변경 필요
‘활동지원사 지원’ 복지부 매뉴얼 있지만, 서울시 ‘감염법 위반’이라며 거부
의료인력 부족으로 물 한 모금도 못 마셔… 고통 호소

 
수액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 언스플래쉬수액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 언스플래쉬

 

- 사지마비 장애인, 양치도 세수도 못 한 채 병실에 방치

사지마비 장애인 권덕희 씨(48세)는 지금 서울시 구로의 한 요양병원에 누워있다. 그는 지난 1일 오후 2시 40분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이곳에 입원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5일 현재,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티브이도 없는 병실에서 벽만 보고 누워있다.

그는 중증 근육장애인이다. 근육장애는 뼈와 피부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해주는 근육이 서서히 빠지는 진행성 장애다. 그러다 보니 활동지원사가 최소 한 시간에 두세 차례는 수시로 몸의 자세를 변경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가 눌려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평소에는 월 62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병원엔 일상지원을 해줄 인력이 따로 없다 보니, 간호사가 두세 시간마다 한 번씩 체위변경을 해주는 게 전부다. 그 외 일상에 필요한 다른 지원은 해주지 않는다. 5일째 세수도, 양치도 못 했다. 화장실도 못 가서 기저귀를 차고 있다. 소변은 소변줄을 통해 빼낸다. 그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끔찍했던 어젯밤의 상황을 전했다.

“어젯밤 11시에 체위 변경해주고 오늘 아침 6시 30분쯤에 사람이 왔어요. 7시간 넘게 방치한 셈이에요. 배변을 보면 간호사가 와서 기저귀를 바꿔주는데 제가 어제 12시쯤에 대변을 봤어요. 아침까지 그대로 있어야 했죠. 호출 기능이 있긴 한데…(쓸모가 없어요). 체위 변경도 못 해서 밤새 아파서 죽다가 살아났어요. 특히 엉덩이 꼬리뼈, 무릎 관절이 너무 아파요. 이러다 욕창 생길 것 같아요.”

네 명이 같은 병실을 쓰지만 그들도 권 씨와 같은 중증장애인이라서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다. 권 씨는 “나머지 두 사람도 와상장애인이며, 한 명은 편마비가 있는 90대 치매 노인”이라면서 “그들은 이야기를 전혀 못해서 소통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병실엔 티브이도 없다. 복도와 병원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벽에는 달력과 시계 하나가 걸려 있고, 그는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흐르는 것만을 볼 수 있다. 혹은 새하얀 벽을 보면서 이 시간이 얼른 끝나기만을 기도한다.

사지마비로 손을 쓸 수 없으니 SNS나 유튜브도 볼 수 없고, 문자 확인도 못 한다. ‘간호사에게 문자 확인을 요청할 수 없냐’고 물으니, “간호사들은 너무 바빠서 뛰어다닌다. 눈치 보여서 말 못 한다”고 했다.

다행히 전화 거는 것은 할 수 있다. “시리야”라고 부르고 “○○○로 전화해 줘”라고 하면 핸드폰은 인공지능기술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종종 안 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누군가 자신에게 먼저 전화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전화는 자동응답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요양병원에 들어올 때 평소 이용하는 휠체어를 가져왔긴 하나 무용지물이다. 병원에선 휠체어를 탈 수 없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못 타게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코로나19 증상으로 그는 5일째 식사를 못 한 채 수액만 맞고 있다.

통화하는 동안 그는 내내 폐렴으로 잔기침을 했다. 그러나 물 한 모금도 간호사가 오기 전까진 마실 수 없다. 그는 “어제보다는 몸이 많이 나아졌다”며 오늘은 체온이 36.8도가 나왔다고 했다.

그의 상황이 외부로 알려진 것도 ‘시리야’ 덕분이다. 그는 7월 31일 토요일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 이후부터 활동지원사 없이 집에서 홀로 지냈다. 다음날인 8월 1일 확진 판정을 받고 요양병원으로 입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권 씨는 ‘시리야’를 통해 자신이 활동하는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직원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겨우 알려냈다.

 

아이폰에서 ‘시리야’라고 부르면 음성으로 핸드폰 작동이 가능하다. 사진 언스플래쉬아이폰에서 ‘시리야’라고 부르면 음성으로 핸드폰 작동이 가능하다. 사진 언스플래쉬

 

- ‘장애인 확진자 지원’ 매뉴얼 있지만, 현장에선 ‘감염법 위반’이라며 무시

지난해 12월 유사한 일이 있었다. 중증 근육장애인 정영만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권 씨처럼 방치된 것이다. 당시 정 씨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아래 서사원)에 긴급 활동지원을 요청했지만 ‘자가격리자에 대한 긴급돌봄만 지원할 뿐, 확진자에 대한 활동지원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당시 병상도 부족해서 결국 그의 아내가 방호복을 입고서 자택에서 그의 일상을 지원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장애계의 요구로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확진자 긴급 활동지원 매뉴얼’을 만들었다. 매뉴얼에는 “기본적으로 확진자는 감염병 환자이므로 의료기관에서 돌봄이 타당하나, 최근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서 활동지원 수급자인 장애인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각 시·도는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의료기관(보건소)의 판단으로 식사·배변 등 일상생활을 지원할 돌봄인력을 배치할 것을 명시했다. 이에 근거해 시·도는 “시·군·구를 통해 지원 가능한 활동지원사 인력을 사전에 확보하여 발생 즉시 지원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는 권 씨의 연락을 받은 이후, 서울시에 지속해서 지원인력을 요청했으나 ‘민간 활동지원사가 확진자를 지원하는 것은 감염법 위반’이라며 거부당했다.

정동은 서울시협의회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의료진 외의 인력이 들어가는 것은 감염법(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안 된다고만 한다. 그러나 정확한 법 조항은 답하질 못한 채, 중앙사고수습본부(아래 중수본)에 연락하라고만 한다”면서 “서울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서울시 내 코로나대응팀과 장애인 부서에서 서로 핑퐁만 한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담당자는 ‘자기한테 왜 자꾸 전화하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어디서도 정확한 정보를 얻거나 상의를 할 수가 없다”며 암담한 상황을 전했다.

 

2020년 12월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 확진 시 긴급활동지원’ 매뉴얼. 2020년 12월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 확진 시 긴급활동지원’ 매뉴얼. 

 

서사원도 여전히 자가격리자에 대한 긴급돌봄만 지원할 뿐 확진자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는다. 박정호 서사원 종합재가서비스팀장은 “서사원은 자가격리자나 가족 등 주변인이 자가격리되어 돌봄 공백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만 지원한다”면서 “확진자는 의료영역이기에 서울시 전담병원(현재 권 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관리한다. 병원에서 인력이 필요하면 중수본에 요청하여 인력 수급을 받게 되어 있다”며 서사원의 관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는 내부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현재 업무가 완전히 중단됐으며, 담당 직원은 자가격리 중이라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한 주무관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아니어서 답할 수 없다. 담당 직원은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 중이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통화가 가능하다”면서 “코로나 확진자로 내부가 박살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국립재활원 장애인병상, 6월 말부터 운영 중단… 내일부터 재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국립재활원 ‘장애인 전담병상’이 오는 6일부터 재개된다는 것이다. 여기엔 일상생활(식사도움, 배변 등)을 지원하는 내부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만 씨 사건 이후 지난 1월 만들어진 ‘장애인 전담병상’은 지난 6월 말부터 운영이 갑작스레 중단됐었다.

이에 대해 공헌식 국립재활원 사회복귀지원과 사무관은 “지난 6월 말부터 백신접종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중앙의료원 쪽에 인력이 집중되는 바람에 장애인 전담병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공 사무관은 “병상은 중증장애로 거동이 불편하고 활동보조 지원이 필요한 확진자 대상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재활병원이다 보니 응급실이 없어 코로나 증상이 위중한 장애인분들은 못 들어오신다”면서 “입원 대상에 대한 판단은 의료적 판단이기에 의사가 한다”고 전했다. 장애인병상 수는 기존과 같이 10병상 운영하며, 최대 23병상까지 운영된다. 그러나 이곳 역시 내부 간호인력만 들어갈 수 있으며 민간 활동지원사는 출입이 금지된다.

권 씨는 내일 국립재활원으로 갈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 증상이 심해지면 안 된다. 그런데 권 씨만 국립재활원으로 옮기면 이 상황은 괜찮아지는가. 권 씨와 같은 병실을 쓰는 세 사람도 일상적으로 타인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현재, 전국에 권 씨와 같은 이들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립재활원 장애인 전담병상은 고작 10개 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엄격하게 나눈 업무영역 속에서 담당업무가 아니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공중에 뜬 중증장애인의 목숨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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