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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마이너] 장애인 건강주치의 등록 병원에 전화했더니 “엘리베이터 없어요” 조회수 43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8.31

장기간 시설 생활로 건강 안 좋은 탈시설장애인, 병원 방문조차 어려워
장애인 건강주치의 이용률 0.1%… 단절된 지역사회 공적 의료체계   
유명무실한 장애인건강권법… 공공성 강화한 제도 활성화 필요해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법률(아래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법에 명시된 의료지원체계는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사람센터) 등은 27일 오후 3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시설 밖 장애인의 건강관리와 의료지원,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지역사회 내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체계를 진단하는 연속 포럼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포럼은 사람센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노진영 팀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노진영 팀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

 

- 유명무실한 장애인건강권법… 단절된 지역사회 공적 의료체계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지난 2017년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서는 △장애인 건강검진사업 △장애인 건강보건 연구·통계·교육 사업 △재활운동 및 체육 △장애인 주치의사업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및 보건의료센터 등의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건강권법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해당 사업을 통한 장애인의 건강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진영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발제를 통해 “장애인건강권법의 사업 내용은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미흡하고, 특히 탈시설장애인이 이용할만한 공적의료지원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팀장은 “탈시설장애인의 경우 시설에서 오랜 기간 거주했다가 고령화된 상태에서 나오며, 시설 내에서 정확한 의료정보를 받지 못한 채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많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지만 단절된 공적 의료체계를 마주하게 된다”고 밝혔다. 

노 팀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입주자는 총 41명(남 30명, 여 11명)이며, 평균 시설 거주기간은 24년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평균연령도 49세로 높았다. 장애 유형은 지적장애 19명, 중복장애 12명, 뇌병변장애 6명, 지체장애 3명, 뇌전증장애 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3명(80%)은 정기적인 병원진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14명은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노 팀장은 “시설에서는 장애인 이용자가 소위 ‘도전행동’을 할 때 정신과 약물을 먹이는데, 한번 약물이 증가하면 좀처럼 줄어들기 어렵다. 탈시설 한 뒤에도 임의로 약물을 조정할 수 없어서 다니던 병원에서 약물을 계속 복용하게 되는데, 저 많은 약물을 과연 먹어야 하는지 염려가 된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많은 탈시설장애인은 치아상태가 좋지 않아 치과 진료가 필요하지만, 장애인이 진료 가능한 기기를 갖춘 병원이 많지 않고,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진료를 거부한 병원도 있었다. 노 팀장은 “장애인 이용자의 사랑니가 썩어 발치가 필요한 상황에도 동네치과에서 진료를 거부했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문의를 하니 3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구시에서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비롯해,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 방문 건강관리,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등 장애인 건강관리 관련 사업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중 실효성 있는 사업은 없다. 노 팀장은 “보건소가 진행하는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의 경우, 가정방문 재활 서비스가 있지만 실제 등록된 입주자 중 방문사례는 없었으며, 이마저 코로나로 중단됐다. 방문 건강관리의 경우, 보건소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해 ‘찾아가는 장애인 건강교실’을 분기별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다. 건강주치의를 이용하는 입주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노 팀장은 탈시설장애인의 건강권 증진을 위한 과제로 △자립생활주택 등 입주 장애인 건강주치의 운영 △가정방문 약물 관리 서비스 운영 △시설 퇴소 예정 시 1개월 전 종합건강검진 의무 지원 등을 제시했다. 

 

김시형 팀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김시형 팀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

 

- 장애인 건강주치의 등록 병원에 문의하자 “엘리베이터 없어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란 장애인건강권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주치의를 선택해 만성질환·장애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받도록 하는 제도다. 건강 주치의는 △장애인 한 사람에 대한 건강문제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계획을 수립하고, △1:1 대면으로 최소 10분 이상 교육 및 상담을 제공하며, △다른 진료 분야에 진료 의뢰 및 연계하며 △통원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건강 주치의가 방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단계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9월부터 3단계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건강주치의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찾기 힘들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공개한 1차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년간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한 중증장애인은 전체 등록 중증장애인(98만 4965명) 중 0.1%(1146명)에 불과했다. 또한 장애인 건강주치의에 참여한 의사는 339명으로, 이는 의사 1명 당 3천 명의 중증장애인을 담당하는 수준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을 하고 있는 대구시의 한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다. 슬라이드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신청 및 이용경험: 대구시에는 총 28개의 의료기관(의원 및 치과 포함)이 등록. 그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얼마 없으며, 그마저도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함'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을 하고 있는 대구시의 한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다. 슬라이드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신청 및 이용경험: 대구시에는 총 28개의 의료기관(의원 및 치과 포함)이 등록. 그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얼마 없으며, 그마저도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함'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

 

게다가 중증장애인이 건강주치의로 등록된 병원에 가려 해도, 주치의 진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김시형 사람센터 팀장은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겪은 각종 수난을 이야기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에서 건강주치의 의료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는 병원을 확인한 뒤 문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서는 ‘지체장애인인가요? 휠체어를 이용하나요?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요.’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김 팀장은 “홈페이지에는 장애인 접근성까지 표시되면서 건강주치의 사업을 진행하는 병원을 소개하지만, 대구시에 건강주치의로 등록된 28개의 의료기관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저조하며, 접근 가능해도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전문병원에 건강주치의 제도를 문의했지만, 병원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홈페이지에 사업이 등록되어 있다고 알리자, 그제서야 병원 측은 2차 시범사업은 끝났으며, 등록된 진료과목은 내과 뿐이라 다른 진료과목은 지원받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김 팀장은 병원을 이용할 수 없었다. 

김 팀장은 “이후 휠체어 접근 가능한 병원을 찾아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하려 했지만, 병원에서 코로나를 이유로 진료 거부했다. 공단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자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지만, 의료진은 진료 내내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팀장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의 전반적인 이해와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장애인건강권법 상의 장애에 대한 정의를 재해석하고 의료관계자의 장애감수성 증진이 필요하다. 나아가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명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김종명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람센터 유튜브

 

- 공공성 강화한 건강주치의 제도 활성화 필요해 

전장연 건강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종명 성남시의료원 공공의료정책연구소장도 김 팀장의 발제에 동의하며,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장애인은 일상의 건강문제조차 동네의원에서 해결이 안 돼서 큰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공공 병원에서도 장애친화적인 진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현행 주치의 제도로는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지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김 소장은 “주치의 서비스가 작동 가능한 체계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중 ‘방문 진료’는 현행 동네의원 체계에서는 제공이 거의 불가능한 서비스다. 김 소장은 “한국의 동네 의원들은 영세하고 소규모다. 의사 한 명이 일주일 내내 운영을 하고 있어, 방문진료를 위한 교육을 받아도 병원을 비울 수 없어 실제로 장애인에게 방문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3단계 시범사업에는 저조한 건강주치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의 방문 진료 횟수를 늘리고 수가를 높이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김 소장은 “단지 방문 횟수를 높이고 수가를 높이는 차원으로는 절대 방문 진료가 활성화 될 수 없다. 방문 진료 전담 센터를 도입하는 등 다학제적 팀(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을 구성해야 한다”라며 “민간이 아닌 공공동네의원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급자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 중심의 의료체계를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가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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