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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걸음] 신안염전 노예 사건의 전말 '노예 12년' 조회수 16,128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3.17
신안염전 노예 사건의 전말 '노예 12년'
2014년 03월 07일 (금) 13:52:48 이애리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2월에 개봉한 미국 영화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 이 영화는 1840년대 미국에서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미국 내 자유주(州)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주(州)로 팔아넘긴 흑인 납치사건의 실화를 다뤘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인권침해, 인권유린이 극에 달한 흑인 납치사건. 이 거짓말 같은 실화가 21세기 한국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신안 염전 노예사건’이 그것이다.

일손이 부족한 도서산간, 특히 섬 지역 일대에서는 장애인 또는 노숙인 등 사회약자들을 유인하여 노예처럼 고역을 시키고 감금·폭행 등을 일삼는 인권침해 사건이 부지기수다. 2006년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SBS와 함께 전남 신안 신의군에서 이아무개 씨가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구출한 바 있다. 9년간 일한 이 씨는 매일 하루 4시간씩 자고 일했음에도 고작 2만2천 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염전업주와 그의 가족은 이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섬 밖으로는 나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왔다. 당시 이 사건이 화제가 됐고 철저히 수사하고 인권침해를 근절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결국 최근 또 다시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감금당한 채 노역을 해온 장애인 2명이 구출되면서 인권침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대도시 주요 역에서 “밥 주고 재워주겠다”며 장애인·노숙자 등 무연고자 표적 유인·납치
12년간 감금되어 무임금 강제노역에 폭행까지…현대판 ‘노예’  

전남 신안군 신의면의 염전업주 홍아무개 씨는 2008년 11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채아무개(48·지적장애) 씨를 속여 섬으로 유인한 뒤, 5년 넘게 강제노역을 시키며 폭행을 일삼았다. 2012년부터 채 씨와 함께 강제노역을 해온 시각장애 5급인 김아무개(40·시각장애) 씨가 지난 1월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 구조를 요청하면서 서울 구로경찰서에 의해 두 사람은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달 6일, 경찰은 업주 홍 씨와 이들을 섬으로 팔아넘긴 무허가 직업소개소 업자들을 영리약취·유인과 폭행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채 씨와 김 씨는 섬에 갇힌 채 무임금으로 매일 4시간씩 자며 노동을 강요당했고, 두 사람은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섬에서의 탈출은 쉽지 않았다. 한 번은 탈출하려다 항구 근처에 있는 슈퍼주인의 신고로 업주에게 붙잡혀 몰매를 맞았다고 한다.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자 ‘현대판 노예’, ‘염전 노예’라며 여론이 들끓었고 신안 천일염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검·경찰에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경찰은 지난달 10여 일간 목포 일대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섬 노예’ 사건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박아무개(지적장애 2급) 씨는 신안군의 마을회관에서 지내면서 12년간 임금을 받지 않고 농사일을 해오다 지난 2006년에 구출되었다. 실태조사를 했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의 조사에서 박 씨는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마을회관에서 지냈고, 도망가다가 붙잡혀 이장에게 맞고 사흘간 누운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같은 해 구출된 또 다른 피해자 이아무개(지적장애 2급) 씨는 대전역에서 노숙하고 있던 자신에게 다가온 두 남성에게 갑자기 붙잡혀갔고, 신안군의 한 업주에게 40만 원에 팔려갔다고 한다. 그 후로 약 9년간 하루 4~5시간씩 자면서 무임금으로 일을 해왔으며, 업주와 그의 가족에게 폭행까지 당했고, 심지어는 각종 보조금까지 편취 당했다. 이 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가 9년간 받은 돈이라고는 고작 2만2천 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12년 본지가 군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수십 년 만에 구출된 지적장애인들을 인터뷰했을 때도 그들 역시 서울역에서 만난 업주들이 자신을 속여 데리고 왔다고 밝힌 바 있다.(함께걸음 2012년 5월호 참조)

이들 사건에서 발견한 특이점은 피해자 채 씨와 김 씨 모두 대전역에서 신원미상의 두 남성에 의해 섬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점이다. 두 남성은 대체 누구며, 억지로 끌려온 사람을 업주는 어떻게 지역사회 내에서 학대하면서 당당하게 일을 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또 왜 동네 주민들은 알면서도 쉬쉬하며 눈감아주는 것일까.

신안군 신의면에서 만난 한 염전주에 따르면, 일부 염전주들은 소개소를 거치지 않고 서울역, 영등포역 등 노숙자들이 많은 곳에 가서 사람을 직접 데려온다고 한다. 염전주 B씨는 “몇 년 전에 서울에 갔는데 서울역, 영등포역에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노숙하는 사람에게 일하겠냐 물어봤고 소금 일을 마치면 1년 임금을 정산해 줄 것을 약속하고 데려온 적도 있다”며, “소개소를 안 거치고 직접 고용하면 본인도 다시 일하고 싶을 때 올 수 있고, 그럼 염전주도 이익이고 그 사람도 이익 아니겠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염전주들)도 직접 데려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안군 장애인 인신매매감금강제노역 등 인권침해 사건 발생 이력 ⓒ전남장애인인권센터

피해자들의 진술과 염전주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섬으로 유입되는 노동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주요 도시 역에서 노숙하던 무연고자일 확률이 높고, 이미 지역 내 업주들 사이에서는 무연고자를 불법으로 근로자를 모집하고 고용하는 것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염전주 B씨는 거처 없는 사람들을 데려와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면  본인도 이익이고 자신도 이익이라고 했지만, 이는 판단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나 어린아이(실제 5살에 섬으로 유인되어 갇힌 채 44년간 노역을 해온 피해자도 있다)에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제안이 아닌 속임, 납치유인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임금체불 문제 외에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정책기본법 제3조 1항에서 보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가 확보되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박 씨는 명백한 납치로 강제노역을 하게 되었고, 채 씨나 다른 피해자인 지적 장애인들도 “밥 주고 재워주겠다”고 속인 뒤 데려왔기 때문에 이들은 직업의 선택과 권리가 박탈된 것뿐 아니라, 유인·납치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들은 직업의 선택과 권리를 박탈당했다.

서울역, 대전역 등 주요 도시에는 거처 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이 많이 있다. 서울역에서만 470여 명의 노숙자가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업주나 무허가 직업소개소들은 지금도 역 주변을 살피며 무연고자인 노숙자나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을 고된 노동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한 표적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염전주들, “우리도 피해자”…무허가·불법 직업소개소에 책임 떠넘겨
고된 염전일 기피해 인력 없어, 도서산간의 인력문제 대책 마련도 필요 

그렇다면 왜 유독 섬 지역에서 노동착취가 만연하고 납치·감금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을 데려와서 염전 일을 본격적으로 시키기 전에 가사일이나 농사일을 하게 하는데, 4월부터 소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때가 되면 나가버려요. 월급은 월급대로, 소개비는 소개비대로 주고 막상 일하려면 사람이 없는 게 문제예요.”

지난달 19일 전남 신안군의 신의도(신의면)에서 만난 염전주들은 하나같이 인력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염전주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직업소개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인력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8일 신안군 신의면에서 만난 김아무개(지적장애 2급) 씨. 김씨는 염전주에 의해 가족에게 돌아갔지만, 가족은 다시 김 씨를 업주에게 돌려보냈다고 한다. ⓒ전남장애인인권센터

신안군에서 만난 신아무개(남·51) 씨에 따르면, 1정보(염전 넓이 단위, 약 3천평)당 1천6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보통 한 정보당 한 명씩 배치시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천일염은 해를 이용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4월경부터 10월까지 생산하고, 주로 여름에 작업이 한창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땡볕에서 천일염을 가공하고 무거운 천일염 부대들을 나르는 일은 매우 고된 노동이기 때문에 기피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게 신 씨의 말이었다. 

신 씨는 “소개비가 월급(약 140만 원) 3개월분의 20%로, 소개비는 약 78만 원 정도다. 더 많게는 100만 원을 소개소에 주고 사람을 데려오기도 하는데 얼마 일을 안 하고 나가버리면 다시 소개비를 내고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신 씨를 비롯한 염전주들은 직업소개소가 소개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없고, 보증도 서지 않은 채 무연고자인 사람들을 데려와 소개 명목으로 소개비만 챙기고 있으며, 염전일이 고되다보니 보통 사람들은 기피해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 직업소개소를 신뢰할 수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소개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하소연했다.

염전주 C씨는 “소개소에서 제대로 신분 확인을 안 한다. 사람을 데려왔는데 그냥 간다고 해서 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우리가 피해 본 것을 합하면 1년에 수억씩 소개비로 날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또 소개소에서 며칠 기거한 사람 데려올 때는 (소개소에서) 머문 시간동안 쓴 돈도 갚아주고 나와야 한다. 3~4일만 일해도 사기죄가 성립이 안 돼서 도리어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 소개소를 집중 단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장애여부를 확인하고 고용하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에 염전주들은 “소개소에 가서 일할 사람을 먼저 만나서 대화를 나눠 봐도 지적장애인인지 아닌지 잘 모르고 그냥 못 배워서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일한다고 해서 데려온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염전주들은 자신들한테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염전 종사자 고용과 노동력 착취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반적인 부분들을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전주 A씨는 “생산자들도 반성해야 하지만, 인력 조달에 있어서 소개소들도 정당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섬 내에 있는 파출소에서 수시로 점검하면 이런 일들이 미연에 방지되지 않겠나. ‘신문고’ 같은 장치를 마을마다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 실태조사·피해자조사 시, 장애인권상담 전문가 및 진술조력인 동행해야

목포경찰서와 목포고용노동지청, 신안군청은 합동 점검팀을 꾸려 지난달 10~15일 신안군 신의도·증도·비금도 등을 일제 점검했고, 염전 근로자 170여 명 중 20명이 2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2명은 장애인으로 확인됐고, 10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도 있었다.

합동팀은 지난달 17일 전수조사 결과 “단순히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뿐 아니라 강제로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고 폭행을 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광주고용노동청 차원에서 광역감독팀을 구성하고 조사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광주고용노동청은 신안군에만 13개 섬에 855개의 염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조사 대상이 방대한 만큼 8개 팀을 가동해 무기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장애단체들은 장애인 전문 상담가 없이 경찰과 공무원으로 점검팀을 구성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적장애인으로 보이는(장애등록을 하지 않음) 피해자를 상담한 전남장애인인권센터의 박수인 팀장은 경찰의 조사가 지적장애인으로 의심되는 피해자에 대한 비전문적인 조사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으로 의심되는 피해자가 ‘가족처럼 잘해줘요’,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니까’, ‘내가 돈 관리를 못하니까, 주인이 가지고 있는 거예요’ 등 지적장애 피해자들에게서 나오는 전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대답들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 없이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수인 팀장은 “지적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경험이 없고,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없는 경찰이 지적장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단순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단편적인 임금문제-으로만 그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30여 년을 지적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온 저도 지적장애인의 말뜻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데, 경찰은 단 한번 강 씨를 만나보고 ‘낯을 가리는 사람이다’, ‘임금체불이 있지만 이 부분은 업주가 해결하기로 했다. 다른 문제는 없다’라고 판단해버렸다”며 경찰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팀장은 조사 시, 경찰이 피해자를 업주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종사자와도 분리 후 면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설에서의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을 예로 보면, 시설장뿐만 아니라 같은 이용인이나 종사자 역시 가해자나 공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것. 박 팀장이 조사한 김 씨는 비장애인인 종사자와 한 자리에서 면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박 팀장은 “김 씨와 같이 일한 종사자가 동석한 자체가 위협적이지는 않았을지, 그 자리에서 김 씨는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있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 장애단체들 “염전 사건, 단순임금체불 문제 아닌 심각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
장애인 인권옹호체제 구축, 피해자 지원 쉼터 마련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 시급해

장애단체들은 이번 신안 염전 노예사건에 관해 경찰이나 언론이 단순 노동착취, 임금체불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전노예’ 사건과 관련해 장애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염전노예 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은 염전노예 사건을 취약 계층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 사건으로 규정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전면 재수사하고 가해자 처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대위는 이날 경찰청에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 ▲효과적인 전수조사 진행 및 결과공유 ▲장애인착취, 학대 신고 포상제도 도입 ▲장애인 인권교육 의무화 ▲진술 조력인 제도 의무화 ▲경찰청 내 취약계층 인권침해 해결기구 또는 전담 부서 설치 ▲도서지역 일제점검을 위한 인권협의체 구성 ▲일제점검 업무 매뉴얼 제작 ▲수사과정에서 장애인 지원 목적 가이드라인 제작 및 장애인권익옹호단체와의 협력 등 총 9가지 사항이 담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해경이 연안에서 어업 중이던 피해자 은 씨를 구출하는 모습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그간 법원과 수사기관은 장애인 학대와 성 착취에 대해 미흡한 대처로 일관해왔다”며, “이번 염전노예 사건의 대책 안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인권학대 방지 캠페인, 입금통장 만들기 등을 내놓았지만 이런 것들은 대체 수단이 되지 못한다. 추후 비슷한 사건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검·경 차원의 엄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염 변호사는 “비단 신안 염전 노예사건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들이 불합리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거나 지적장애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의 장애인 인권옹호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공대위 관계자들은 경찰청 강력부 김헌기 총경과의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서 김 총경에 따르면, 여성청소년계가 가출, 실종자 수색활동과 병행해서 지난달 25일까지 실태조사를 벌여 7건이 입건됐으며, 주로 염전, 축사, 농장 업무에 종사 중인 10명이 피해자로 발견됐다고 한다. 아울러 실태조사 후 염전, 양식장, 농장, 영세한 공장 포괄해 전국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제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는 게 김 총경의 전언이었다.  

김 총경은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데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현재 학대에 집중해 조사 중에 있다. 착취, 학대, 학대에 초점이 맞추어진 신고포상금제도 도입하고, 경찰관 업무교육 시 장애인권교육 실시할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이번 신안 염전 노예사건을 인권문제로 보고 수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어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말 그대로 기술해야 하고, 전문가의 해석이 필요한 만큼 인권침해예방센터에서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적장애인 피해자 및 사건관계인 조사 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해 조문순 인권침해예방센터 센터장은 “일부 발달장애인 가족이 다시 섬으로 돌려보내기도 하기 때문에 신뢰관계인으로 가족은 가급적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채 씨와 김 씨에게 강제노역을 시키고 폭행을 가한 혐의로 입건된 염전업주 홍 씨가 지난달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홍 씨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지적장애인 채 씨의 피해가 심각했던 만큼 다시는 이런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가해자를 더 양산하지 않도록 도서산간에 낮은 임금과 고역으로 인한 인력난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피해자를 찾아내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인력 조달을 위한 불법 점조직은 없는지 지역의 직업소개소와 유흥업소, 숙박업소 등도 철저히 조사하는 등 전면 재수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연고자인 지적장애인들의 거주지 마련도 필요하다. 일부 지적장애인 피해자들은 돌아갈 곳이 없거나 가족들로 인해 다시 피해지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쉼터 등의 거주 공간을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확보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염전 노예사건이 파문이 일자 단속을 신안군뿐만 아니라 남해안의 섬들까지 확대해서 무기한 단속을 벌이겠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노예로 일하는 장애인들이 발견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신안군 섬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고 있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섬 자체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가두고 있는 사실상의 수용시설이었다고 한다.

매번 그랬듯이 사건이 터진 다음 여론을 잠재우고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인권 사각지대인 도서산간에 고착되고 만연한 장애인 인권침해를 이번 기회에 근절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사법기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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